소복이 쌓인 눈을 밟을 때 나는 뽀드득 소리와 얼음 밑으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 등 자연의 고요한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소리의 세기인 데시벨(dB) 단위로 따지면 25 정도다. 그러나 생활소음은 귀를 괴롭힌다. 귀를 쾅쾅 울리는 노래방, 종일 틀어 놓는 TV 소리, 휴대폰, 자동차 소음 등은 청각 장애의 원인이 된다. 본래 소리는 귓바퀴에서 모아져 고막을 진동시키며 소리를 중이에 전달한다. 이 진동은 이소골을 통해 증폭되고 더 깊숙이 있는 와우관(달팽이관)으로 전달돼 전기신호로 바뀌면 청각신경을 통해 소리를 파악하게 된다. 고막은 이처럼 소리를 느끼는 기본 작용을 할 뿐 아니라, 큰 소리를 완충시켜 내이를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 역할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고막 안팎, 즉 외이와 내이의 압력이 비슷해야 한다. 그러나 이어폰은 외부 공기를 차단해 외이의 압력을 높이고 음파가 고막에 바로 충격을 주게 된다. 일정 크기 이상의 반복적인 충격은 청각 신경세포의 피로를 유발하게 되며 시간이 지나면 소리가 잘 안 들리고, 결국은 내이의 청각 신경세포가 회복하기 어렵게 된다. 청각 이상 즉 난청이 생기면 대부분 소리를 증폭시켜 주는 보청기를 생각한다. 그러나 보청기는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대증치료에 불과하다. 내이의 장애로 인한 난청이나 노인성 난청일 경우에는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전음성 난청(외이와 중이 부분의 이상)의 경우에는 수술로 청각을 되찾아야 한다. 내이 대신 인공적으로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난청을 치료하는데 매우 획기적인 수술이다. 그러나 비용이 다소 비싸며, 수술 후에 오랫동안 언어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박홍준 소리이비인후과 원장(02-542-5222)은 "청각 이상은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작은 소리가 안 들리는 정도로 심각해져야 자각하게 된다"며 "일단 손상된 청각은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평소에 이상 증상이 있으면 청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