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과 7일 이틀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는 '엑소더스 코리아' 열풍이 몰아쳤다. '해외이주ㆍ이민박람회'가 열린 이곳은 휴일 이른 아침부터 몰려드는 상담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박순임 (주)글로벌 이주 과장은 "상담객을 맞이하느라 점심도 못먹었다"면서 "한국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박람회를 찾은 사람은 1만5천여명. 이는 지난해 가을(9천명) 박람회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박람회를 주최한 ㈜한국전람의 김문한 차장은 "과거에는 막연하게 이민을 문의하러 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오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외환위기 직후엔 40대 이민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엔 교육난 주택난 취직난에 환멸을 느낀 20대 젊은층들까지 이민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경제 정치 사회상황이 나빠질수록 이민 열기는 높아지고 해외이주ㆍ이민 관련 업체들은 호황을 누린다. 이민서비스 시장이 신종 성장업종으로 각광받으면서 홈쇼핑업체 등도 새로 뛰어드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김미현 ㈜한마음이주공사 대표는 "작년에는 한 달에 다섯 세대 정도 이민 계약을 성사시켰지만 올들어서는 매달 7∼8세대로 30∼40% 이상 늘었다"며 "이민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조만간 10∼15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 이주업체 관계자도 "경기가 악화되면 고용이 불안해지기 때문에 이민자도 늘어난다"며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태인 만큼 당분간 이민 행렬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외교통상부에 등록된 이주 알선업체는 모두 66개사. 이중 10개 이상이 휴업 또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실제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회사는 50여개사 정도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이민서비스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나름대로 경쟁력을 검증받은 업체만 남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이민열기가 가열되면서 이들 업체들은 다른 업종이 불경기에 허덕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영업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덕수 ㈜삼성이주공사 회장은 "이민 알선업은 먼저 이민간 사람의 소개를 통해 운영되는 '알음 알음' 형태가 많기 때문에 업체의 신뢰도와 노하우에 따라 실력 격차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민 알선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새로운 업체들이 뛰어들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 이주업체 관계자는 "홈쇼핑업체뿐 아니라 일부 자본력을 갖춘 기업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업체가 난무해 과열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잘못된 이민 정보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유택ㆍ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