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응원단과 선수단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부근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장군님 사진을 이런 곳에 둘 수 있느냐"며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28일 오후 1시 40분께 경북 예천군 예천읍 중앙고속도로 예천톨게이트 진입로부근 도로에서 예천진호양궁경기장에서 대구 방향으로 이동하던 북한 응원단 150여명과 양궁선수 11명이 김 위원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악수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 4장을 발견했다. 이들이 발견한 현수막은 가로 5m, 세로 1m가량의 현수막으로 좌측에는 한반도기, 우측에는 김 위원장과 김 대통령의 사진이 각각 인쇄되어 있었고 가운데 부분에는 `북녘 동포 여러분 환영합니다. 다음에는 남녘과 북녘이 하나되어 만납시다'라는등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응원단과 선수들은 갑자기 버스에서 내린뒤 300~500여m를 되돌아 달려가 "장군님의 사진을 이런 곳에 걸어둘 수 있느냐"고 눈물을 훔치며 도로가에 설치된 현수막4개를 모두 떼어냈다. 일부 응원단들은 지상에서 2m가량 높이의 가로수에 설치된 현수막을 떼어내기위해 가로수에 매달리기도 했다. 특히 이 가운데 현수막 1개는 장승과 주유소 철제 기둥 사이에 걸려있어 북측응원단 가운데서는 "허수아비(장승)에 장군님의 사진이 걸려있다니...", "장군님 사진이 이렇게 낮게 걸려있다니...", "장군님 사진에 어떻게 도장(검인)을 찍을 수 있나. .."라는 탄식을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이어 이들은 사진 부분이 앞으로 나오도록 현수막을 접은 뒤 마치 영정을 모시듯 버스로 행진해 되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한 지역 언론사 기자가 이같은 장면을 촬영하자 북측 응원단들은카메라를 빼앗아 간 뒤 뒤늦게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되돌려줬다. 이날 예천지역에는 오전부터 비가 내려 현수막은 빗물에 다소 젖어있었다. 현수막은 예천군 농민회와 예천 두레모임, 한국전쟁전우피학살예천유족회 등 지역 주민들이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을 환영하기 위해 제작해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남북간의 이질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장을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예천=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du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