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소한(小寒)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태풍 `루사'로 집을 잃고 주거용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수재민들이 얼음덩어리보다 더 싸늘한 쇳덩어리 속에서 식사준비조차 제대로 못하는 등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강원 영동지역의 경우 평년보다 10∼11도 가량 떨어진 영하 11∼13도의 강추위 속에서 수재민들은 임시거처인 컨테이너 하우스 전체를 비닐로 감싸는 등 추위에 대비하고 있으나 기온 급강하로 생활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특히 상수도관이 얼어붙어 대부분의 수재민들은 세수를 못하는 것은 물론 식수마저 구하기 어려워 이웃에서 구해 오거나 개울물을 길어 사용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하월천리 월천분교에 설치된 컨테이너 7개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집단이주단지 조성 작업 등으로 컨테이너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해 다른 지역 수재민들처럼 비닐방풍막도 치지 못해 강추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최승달(52)씨는 "비닐 방풍막도 치지 못해 한기가 스며드는 것은 물론 컨테이너에 눈 녹은 물까지 새는 경우가 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최근 영하 13도 안팎의 추운 기온을 보인 삼척지역 컨테이너 거주 수재민들은 대부분 고령자로 전기 관련 지식이 부족해 시청 등에서 구호물자로 지급한 전자제품을 제대로 사용치 못하고 이불만으로 혹한을 견디고 있다. 미로면 상사전리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두진(70)씨 노부부는 "지급된 온풍기를 켜놓으려고 해도 혹시 과열로 불이 날까 겁이나 이불 3채를 겹겹이 덮어쓰고 추위를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서는 강릉 302가구, 동해 80가구, 양양 70가구 등 624가구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추위와 싸우고 있다. 태풍 '루사' 피해로 무너진 집을 다시 지어야 하는 충북 영동 지역 275가구(신축 245가구, 보수 21가구) 가운데 155가구(56.4%)가 아직 보금자리를 마련치 못하고 있으며 이 중 47가구는 5평 남짓한 컨테이너에서 추위와 힘겹게 싸우고 있다. 마을 전체가 물에 떠내려가 33가구가 졸지에 보금자리를 잃은 영동읍 예전리 주민들은 스티로폼과 비닐로 감싼 컨테이너에서 보온장판과 온풍기 등에 의존해 추위를 견디고 있다. 이 마을 김진보(53)씨는 "비닐 등으로 컨테이너를 몇 겹이나 감쌌으나 문틈마다 새어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지 못해 낮에도 솜이불을 뒤집어 쓰고있다"며 "그나마 군이 따뜻한 물을 지원해 식사와 세수정도는 해결하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웃 김긍수(63)씨도 "어린 손자들은 친척 집으로 대피시켰다"며 "컨테이너 막사 주변이 얼어붙어 바깥 출입은 고사하고 식사준비조차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수해복구공사도 갑작스런 한파에 제동이 걸려 영동군은 지난해 588건(사업비 2천16억4천100만원)의 수해복구 공사를 발주했지만 이날까지 완공된 사업장은 103곳(17.5%)에 불과한데다 2월까지 동절기 공사가 중지된 상태여서 작업이 멎은 상태다. 영동군 관계자는 "혹한에 따른 부실시공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타설 공사 등은 모두 중단시켰다"며 "올 상반기 수해복구를 마무리 짓기 위해 토목공사는 부분적으로 진행시키고 있지만 땅이 얼어붙어 그나마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지역 구성.지례 등 5개 면.동 9가구의 경우 2,3월 완공되는 주택으로 이사하기 전까지는 컨테이너에서 생활해야해 강추위를 몸으로 견딜 수밖에 없다. 그나마 최근 김천시가 컨테이너 주변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주고, 단열재와 전기히터 등을 제공해 추위를 견디고 있다. 이재민 이외술(46.회사원)씨는 "갑자기 강추위가 몰아 닥쳐 생활에 불편이 더하다"면서 "도로변 주택 신축이 어려워 시내로 이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남 김해 한림면 일대 120여개의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는 300여명의 수재민들도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로 수도관이 동파돼 기본적인 세면은 커녕 식사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한림면 장방리 송수범(41)씨는 "한파로 파열된 수도관때문에 세수는 커녕 식사도 라면으로 때우고 어려운 집안형편에도 불구하고 목욕탕에 가서 세면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하루빨리 이주단지가 조성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림면 수해비상대책위원회 김영욱사무국장은 "컨테이너 수재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주단지의 조속한 조성인데도 아직 이주단지 터 보상협의도 끝나지 않아 올해안에 수재민들의 이주가 쉽지 않은 형편"이라며 "시에서 빠른 시일안에 이주단지조성을 완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연합뉴스) 박순기.임보연.박병기.황봉규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