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은퇴하는 목사들이 잇따르면서 개신교계에서 목회자의 정년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장로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교단 및 교회들이 정한 목회자의 정년은 70세. 그러나 교계의 유력한 목회자들이 정년보다 앞서 은퇴를 선언하면서 정년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반대론이 엇갈리고 있다. 조기 은퇴를 선언한 대표적인 목회자는 경기 분당 갈보리교회의 박조준 담임목사(68). 박 목사는 지난달 주일 예배에서 내년 1월초 은퇴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하면서 미국 LA 토랜스 제일교회의 이필재 목사가 후임으로 올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옥한흠 담임목사(64)도 이미 65세 은퇴를 선언한 바 있고 서울 안동교회 유경재 담임목사(64)도 최근 65세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이처럼 한 교회를 책임 진 담임목사들의 조기은퇴 선언은 일부 대형 교회들이 담임목사를 세습하는 현실에 비춰 이례적인 일이다. 때문에 교계에서는 목회자의 정년을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마다 각종 신학교 출신의 적잖은 '목사 실업자'가 양산되는 실정임을 감안해 목사 수급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 일산 광성교회의 정성진 목사는 "성경적으로는 목회자의 은퇴 시한이 없지만 목회자 인력이 남아도는 상태에서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 목사는 5년 전 교회를 개척하면서 교인들의 동의를 얻어 목회자의 65세 은퇴를 교회 내규로 정해 놓았다. 서울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51)는 "목회자의 절대권력화를 막기 위해 조기 은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 목사는 인터넷 매체인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목사가 70세가 될 정도면 장로들과는 거의 아버지와 자식 수준이 되는 셈이어서 그 누구도 목사의 권력을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개신교계에서는 정년 단축과 함께 원로목사 폐지론도 나오고 있다. 은퇴한 목사가 '상왕(上王)'처럼 군림하는 부작용을 없애야 하고 원로목사를 두는 데 따른 재정 부담도 덜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론도 없지 않다. 목회자의 정년 문제는 도시의 중·대형 교회에나 해당될 뿐 중·소도시나 시골의 작은 교회에는 해당되지 않는 문제라는 주장이다. 또 '주의 종'인 목회자에 대해 여느 직업인처럼 정년을 정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뉴스앤조이가 인터넷 투표를 실시한 결과 지난 12일 오후까지 투표에 참여한 5천18명 중 30.9%는 목회자의 정년을 60∼65세로 봤다. 반면 현재처럼 70세라는 응답자가 19.6%,71세 이상이라는 응답자가 30.0%로 아직은 정년 단축에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 그러나 투표에 참여한 목사들의 경우 절반 이상(57.6%)이 정년을 60∼65세로 꼽았고 60세 이하라는 응답자도 8.4%나 돼 정년 단축에 대한 목회자들의 긍정론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