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포스트지의 캐서린 그레이엄 회장이 17일 아이다호주 보이시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향년 84세. 그레이엄 회장은 지난 주말 언론계 고위 관계자회의 참석을 위해 아이다호주선 밸리에 머물던 중 지난 14일 오후(현지시간) 한 아파트단지의 보도에 쓰러져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다친 후 보이시에 있는 세인트앨펀서스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불명 상태가 계속됐었다. 그레이엄 회장은 1963년 남편 필립 그레이엄 전 회장이 사망한 후 워싱턴 포스트의 경영을 맡아 왔으며 지난 73년부터 93년까지 맡았던 이사회 회장직은 아들 도널드 그레이엄에게 넘겨주었다. 그레이엄 회장은 워싱턴 포스트지를 전세계의 주도적인 뉴스 공급 신문으로 만들면서 사세와 수익을 늘려 거대 언론사로 성장시킨 경영인이자 포스트지가 대중의 정보 접근에 앞장서도록 이끈 출판인이다. 그는 워싱턴 포스트지가 베트남전쟁에 비판적인 '국방부 문서'를 공개하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백악관의 엄청난 압력에도 불구하고 취재 보도키로 한 결정을 지지하는 등 언론분야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레이엄 회장은 또 지난 74년 여성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AP통신의 이사로 선임됐으며 미국 신문출판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워싱턴 사교계의 명사인 그레이엄 회장은 특히 자신이 성공하기까지의 과정과 벅셔 해더웨이 이사회 회장 겸 워싱턴 포스트사 이사인 억만장자 워런 버핏 등 유명인사들과의 친분관계를 밝힌 자서전 '개인의 역사'로 지난 9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