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S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를 졸업한 변근희(23)씨는 현재 전문기관에서 웹프로그램 6개월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 제1회 시험에서 전자상거래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IT업계의 취업을 준비했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 결국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변씨는 "정작 마케팅과 웹의 중간다리에 있는 전자상거래관리자 자격증만으로는 이력서 조차 넣을 곳이 없었다"며 "IT업계에서 일하기 위해 웹프로그램과정을 다시 배우기로 했다"고 탄식했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지난해 탄생한 국가기술자격의 ''거품''이 급속히 빠지고 있다.

제2회 전자상거래관리사 시험 원서접수자는 지난해 시험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제3회 직업상담사 원서접수자의 경우 첫 시험 때의 15분의1로 급감했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해당 자격증 취득이 실제 취업에 도움을 주지 못한데다 경기 침체와 장기화되는 취업난 여파로 학습의욕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관리사 자격증 추락=IT벤처 열풍과 함께 젊은 세대로부터 최고의 자격증으로 평가됐던 전자상거래관리사 자격이 올들어 ''그저 그런'' 자격으로 전락했다.

대한상의는 오는 4월 실시하는 제2회 전자상거래관리사 시험에 모두 3만34명이 응시원서를 냈다고 11일 밝혔다.

이같은 지원자수는 지난해 제1회 시험의 9만2천6백명에 비해 3분의1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전자상거래 교육기관인 EC아카데미 관계자는 "지난해 IT가 붐을 이루면서 상거래관리사 자격증을 가지면 ''대박''이 날줄 알고 수험생이 몰렸다"며 "그러나 IT산업이 침체되면서 자격증을 따더라도 취직 자리가 없다는 것이 확인돼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인터파크 관계자는 "전자상거래관리자 자격증 보유자를 채용과정에서 우대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며 "이론 중심적인 자격시험 통과자보다는 업체에서 마케팅 경험이 있었던 사람을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 교육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출판업계에서는 상거래 관리사 시험에만 합격하면 누구나 고임금이 보장되는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을 것으로 대대적으로 광고했었다.

그러나 E에듀넷닷컴의 2회 시험대비 수강생은 1백17명으로 지난해 3백54명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신설자격증 공멸 위기=전자상거래관리사와 함께 신설된 직업상담사 사회조사분석사도 상황이 나쁘다.

이들 자격증은 지난해만 해도 20개 유망직종으로 선정돼 취업을 앞둔 대졸자나 실업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올들어서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제1회 직업상담사 시험의 원서접수자는 2만5천6백명에 달했으나 2회 시험에서 7천8백53명으로 줄어든 뒤 올해 3회 시험에서는 1천7백52명으로 감소했다.

사회조사분석사도 첫회에는 5천67명에 달했으나 2회 시험에서 3천2백51명으로 감소한 뒤 3회 시험에서는 1천8백8명을 기록했다.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해봐야 취업할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노동부 산하 각 지방의 고용안정센터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고용안정센터의 직업상담원 신규채용인원중 자격증 소지자는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승욱 홍성원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