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적 지표 개선도 중요하지만 기업구조조정 등 실물부문이 뒷받침돼야
한국경제가 진정한 회복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투자.금융자문회사인 부시&컴퍼니의 메리 부시 사장은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어나고 금리와 환율 등의 거시지표가 호전됐다고
방심해서는 안된다"며 "그럴수록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외국인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대리이사(미국측 교체수석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던
부시 사장은 효율적인 금융 및 기업구조정은 무엇보다 국제적 관행을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 공보원이 주최한 "아시아경제의 위기와 처방"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중인 부시 사장을 만나 한국의 금융시스템 개혁 및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을 들어봤다.

-최근 피치IBCA 스탠더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잇달아 올려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나아지고 있다.

한국경제를 어떻게 보는가.

"외환보유고 급증, 환율 및 금리 안정 등 거시적 지표는 분명히 좋아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는 금융시스템 개혁과 기업구조조정이 신속하게 강력하고 추진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투자에 앞서 거시적 지표 뿐아니라 실물부문의 환경도
함께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의 금융개혁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흡하다고 보는가.

"금융개혁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규제와 관련된 제도가 국제적 기준과 부합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개입없이 은행을 감독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를 설립하는게
시급하다.

리스크 정도에 금리를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영업 노하우
도 하루빨리 축적해야 한다.

정부의 개입없이 객관적인 자료와 분석을 통해 신용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고객과의 관계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특정기업에 대출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등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은행의 내부직원에 대한 대출에도 엄격한 기준과 제한을 둬야
한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게 사실이다.

최근의 진행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 금융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도 기업
구조조정이 빨리 추진돼야 한다.

기업구조조정 지연으로 은행 건전화가 희생되선 안된다는 얘기다.

먼저 4백~5백%에 달하는 기업들의 부채비율을 대폭 낮춰야 한다.

사외이사제 결합재무제표 등 국제기준에 맞는 기업경영관행도 도입해야
한다.

미국 석유화학업체인 텍사코의 경우만 해도 15명의 이사중 나를 포함해
14명이 사외이사이다.

미국 기업들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일반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미국의 예를 하나 더 들겠다.

지난 80년대 미국 철강 자동차업체들이 당시 레이건 대통령에 한국과
일본산 제품에 밀려 어려움을 겪게 되자 보조금 지급을 요청했다.

레이건 행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업계는 스스로 생산성을 높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업계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됐다.

한국기업들도 홀로서기를 통해 경쟁력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시키는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

-금융개혁과 기업구조조정에 정부의 개입이 없어야 한다고 했는데 국가
전체가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불가피하지 않은가.

"이번에 서울 부산 등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도 정부개입 문제가 집중
거론돼 치열한 논란을 있었다.

지금까지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이 관치금융 등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자해지의 자세로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물론 정부의 일시적인 개입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개입은 경제구조를 더 악화시킨다.

은행도 경영권상황이 정상화되면 정부개입은 배제돼야 한다"

-한국의 금융기관에 대해 외국회사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정부는 서울은행도 해외에 미각할 방침이다.

외국의 반응이 어떤가.

"무엇보다 외국투자자들의 폭넓은 관심을 유발하는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보다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으며 가격도 높게 받을 수
있다.

서울은행 매입에 대해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일은행과 마찬가지로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을 통해 한국 금융계가 신선한
자극을 받았으면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 외환위기 대응에 일부
실수를 인정하는 등 문제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지난 84~88년까지 IMF 대리이사로 활동한 경험에 비춰 IMF가 아시아 금융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했다고 보는가.

"아시아 외환위기 대응에 있어서 IMF는 재정과 금융부문에 초점을 맞춰
왔다.

기업개혁 부문에도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했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해서 IMF가 오히려 외환위기를 악화시켰다는 식의 비난은 바람직
하지 않다.

많은 논란이 있지만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부실한 금융시스템 등
구조적 문제에서 출발했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외환위기는 이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다만 IMF가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금융부문 등에 경험이 많은 전문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본다.

오늘날 국제금융시장의 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확보가 필수적이다"

-헤지펀드가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선진국들이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무엇보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헤지펀드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규제 방안으로는 헤지펀드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대출규제 등 간접적인
규제가 바람직하다.

직접적인 규제는 국제적인 자본흐름을 막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기 때문
이다"

-부시&컴퍼니는 어떤 업무를 주로 하나.

"국제적인 투자.금융 자문회사다.

미국 기업들의 해외진출도 도와주고 있다.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했다.

앞으로 보다 많은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

< 김수찬 기자 ks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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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부시 사장 주요 약력 ]

<> 71년 시카고대 졸업(MBA)
<> 91-현재 부시&컴퍼니 사장
<> 89-91년 미국 연방주택금융위원회(FHFB) 총재
<> 82-84년 미국 재무차관 보좌관
<> 84-88년 IMF 대리이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