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해군사령부 군무원 조정건(57)씨.

그는 진해에서 자전거아저씨로 통한다.

28년간 자전거로만 출퇴근하고 있어서다.

지난 70년 1만2천원에 산 삼천리자전거를 하루도 빠짐없이 타고 다녔다.

비내리는 날도 눈오는 날도 그는 자전거로 통근했다.

그의 자전거는 이제 구입했을 때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다.

타이어와 체인을 수십번이나 갈아끼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몸체만은 그대로 남아있다.

조씨의 인생역정을 말해줄 수 있는 또다른 동반자라 할 수 있다.

조씨의 집에서 부대까지는 약 7km.

그가 자전거로 출퇴근한 거리는 줄잡아 12만3천km에 달한다.

서울~부산간을 1백40회 왕복한 거리다.

자가용 연비로 따지면 천만원이상의 휘발유를 절약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절약한 교통비를 불우이웃을 위해 써왔다.

93년부터 매달 2만원씩 소년소녀가장돕기 성금으로 기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6백만원이 넘는 장학금을 기탁 했다.

형제자매맞기운동(BBS) 진해지구 상임이사를 맡아 사회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진해시는 조씨의 이런 선행을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그를 "자전거 지킴이"로 선정했다.

진해시민의 자전거타기 운동을 선도하는 모델이 돼달라는 뜻이다.

조씨는 31일이면 청운을 바쳐 일해온 해군사령부를 떠난다.

명예퇴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 퇴직이라는 단어는 없다.

그는 작년에 창원기능대학 전자학과에 입학, 만학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이미 제2의 인생길을 개척해놓은 것이다.

한평생 그의 곁을 지켜왔던 그의 "애마"자전거도 이제 해군사령부에서는
사라지게 됐다.

그렇다고 그 자전거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그의 새로운 인생행로를 따라 달려야하기 때문이다.

<장유택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