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묻지말고 법조인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할수 있도록 정부의 선처를
바랍니다"

사법고시 1차와 2차시험에 합격했으나 과거 시위전력으로 면접시험인 3차
시험에서 탈락할 위기에 몰린 한 사시수험생이 자신은 물론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91년 서울대 "활동가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던 오기형씨(31.서울대 법대
졸업)가 주인공.

활동가란 당시 학생운동 핵심세력인 민족해방계열의 주사파 관리조직책을
관리하던 집단으로 당시 그들의 움직임은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 주었다.

오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같은 사건으로 구속됐던 17명중 14명이 이미 지난 93년
3월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는데도 그는 뚜렷한 이유없이 제외됐다.

문민정부의 혜택도 못받던 그가 집행유예기간을 채운 것은 지난해 12월7일.

그러나 집행유예 완료기간부터 2년동안은 공무원이 될수 없도록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이 그의 발목을 잡고있는 것.

같이 시험준비를 해서 1, 2차시험에 함께 합격한 전 서울대 총학생회장
문광명씨는 복권으로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으나 그만 탈락될 위기에 처했다.

"학생운동을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떨어진다해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가 돼있습니다.

다만 어렵게 장사를 하면서 저의 뒷바라지를 해온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그는 생활전선에서 겪은 실망 때문에 인생을 포기할뻔한 적도 있었으나
"이제는 세상이 바뀐만큼 사법시험에 도전해 보라"는 현승일 국민대 총장의
조언을 듣고 그나마 오늘날의 자신이 있게 됐다며 이번일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싶단다.

마지막 관문인 면접시험은 오는 11일 치러진다.

그가 불합격되면 지난 87년 이후 최초의 사법고시 3차시험 탈락자가 된다.

< 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