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5일째인 3일 실종자가족들은 무너져내린
콘크리트더미가 워낙 많은 탓에 구조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못하자 생존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며 안타까워 하는 모습들.

이에따라 실종자가족 26명은 실종자가족들로 구성된 시민구조대를 편성,
위험을 무릅쓰고 백화점지하에 직접 들어가 구조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실종자가족구조대의 한 사람인 강정택씨(46)는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구
조작업은 군경구조대의 미온적인 대처로 늦어지고 있다"며 "더이상 참고 볼
수만 없어 직접 구조에 나서게 됐다"며 울먹였다.

실종자가족 구조대가 현장에 접근하자 경찰은 경찰특수대와 함께 현장에
들어가 줄 것을 요구하며 지하진입을 허용한 반면 군구조대측은 실종자가족
들의 신변안전을 우려, 진입을 막는등 한때 군경의 손발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붕괴참사로 희생된 정광진변호사(58.서울서초구서초동)의 세딸
윤민(29)유정(28)윤경씨(25)에 대한 영결식이 이날 오전7시 유가족과 친지등
5백여명의 참석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중앙병원
영안실에서 엄수.

오전7시부터 시작돼 약 1시간동안 진행된 세자매의 영결식은 정씨와 부인
이정희씨등 유가족과 친지등의 오열로 내내 울음바다를 이뤘다.

유가족과 친지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밝은 웃음을 지으며 다가올 것같은
세자매의 이름 앞에 "고"자를 붙여야 한다"며 목사가 비장한 어조로 말하자
참석자들은 복받치는 설움을 이기지 못하고 곳곳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어 참석자들은 영결식이 끝난 뒤 길게 늘어서 세자매의 영정앞에 흰국화
꽃을 수북이 얹어 하늘나라에서마나 편히 쉬기를 기도했다.

0...영결식이 끝나자 첫째딸인 윤민씨를 시작으로 차례로 운구되기 시작.

어머니 이씨는 붉은 십자가가 아로 새겨진 관을 쓰다듬으며 울음을 그칠
줄몰랐고 아버지는 애써 눈물을 감추려는듯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내리며
딸의 마지막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참석자들은 양옆으로 늘어서 세자매의 앞길을 찬송가로 열어주었으며
국민학교때 "코트씨병"으로 시력을 잃은 윤민씨의 동료 및 제자로 보이는
앞못보는 이들의 검은 안경사이로 연신 눈물이 흘러내리기도 했다.

0...사고발생 5일째인 3일 현재까지 모두 77명의 희생자에 대한 장례식이
치러졌다.

붕괴사고 3일째인 지난 1일 한석훈씨(27.삼성물산직원)등 7명을 시작으로
2일 23명, 3일 47명에 대한 장례식이 각각 치러졌으며 4일에는 전순덕씨(23.
여)등 2명에 대한 장례식이 거행될 예정.

0...사고당일 오후5시 "삼풍백화점에서 쇼핑중"이라는 전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 여동생을 찾기위해 시민구조대원으로 나흘동안 철야구조작업을
벌였던 고형진씨(29.성북구 정릉2동)는 3일오전에야 여동생의 전화를 받고
안도의 한숨.

집을 떠나 인천에 직장생활을 하고있는 여동생 고화숙씨(27)가 자신을
찾기위해 전가족들이 사고현장과 병원을 헤매는 줄 모르고 3일오전 태연히
전화를 걸었다는것.

0...3일오후1시께 실종자가족 2백여명은 교대사거리 도로를 점거, 사고
대책본부의 무성의한 구조태도를 성토하며 격렬한 시위.

지난4월말 결혼한 아내기 실종됐다는 정우택씨(32.회사원)는 "전문요원을
들여보내든지 중장비를 투입하든지 한시라도 빨리 생존자를 구해내야할 것
아니냐"면서 "사고대책본부측이 가족들의 애끓는 심정에 아랑곳없이 구조
상황도 제대로 알려주지않고있다"고 분통.

처제를 찾아나섰다는 백천씨(44.미국거주)도 "사고대책본부측은 생존자
구출보다는 현장의 조기복구에만 관심을 쏟고있다"고 맹비난.

0...2일오후 71시간의 사투도 보람없이 병원에서 숨을 거둔 이은영양의
죽음을 놓고 가족들과 주위관계자들은 슬픔과 안타까움속에도 구조대와
취재진을 원망.

여섯명이면 충분히 수송가능한 들것에 십여명이 넘는 구조반원이 달라
붙은데다 좁은 통로를 따라 1백여명의 취재진과 관계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일초가바쁜 이양의 수송이 늦어졌다는 것.

이양가족들은 "생색을 내려고 TV카메라앞에 얼굴을 내밀려는 구조관계자
들로 인해 오히려 수송이 늦어졌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구조작업이냐"
고 고성.

0...강남성모병원에 안치된 사망자 민진홍양(22.여)의 아버지 민정의씨
(58)는 이날 딸의 장례비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지급됐다는 신고를 받고
병원에 도착, "이럴 수가 있으냐"며 원망.

민씨는 사고당시 백화점직원이었던 자신의 딸이 귀가하지 않자 사고를
당한것이란 생각은 했으나 생사여부를 확인하지 못해오다 이날 경찰의
신고로 영안실을 찾은 것.

민씨는 "신원미상의 사람들이 유가족인 것처럼 행동했으나 주위사람들이
가족이 너무 적어 이상하게 여기자 급히 장례비를 받아챙기고 사라졌다"고
한탄.

이에대해 사고대책본부는 신분을 확인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고 민씨
유가족에게 장례비 3백만원을 다시 지급.

0...사고현장 반대편인 사법연수원에 마련된 대책본부는 지하2,3층에
주차된 차량수를 조사한 결과,총1백16대가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

대책본부는 "이들 차량은 지하2층에 66대, 지하3층에 50대가 주차돼있다"
며 "그러나 사고발생 5일째인 3일 현재 차주인의 신고가 한 건도 저수되지
않았다"고 부연.

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신고접수가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이 차량의 주인들이 대부분 사망했거나 실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같다"고
말하기도.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