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사가 24일 낮12시로 시한을 정하고 석달동안 끌어온 임단협을
마무리 짓는다는 원칙아래 22일 협상을 재개키로 한것은 노사양측이 타율이
아닌 자율로 분규를 수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국이 가뭄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가 직장폐쇄와
불법점거 농성으로 소모전을 장기화할 경우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수
없다는데 인식을 함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협상재개의 실마리는 이날 오전부터 감지됐다.

이날 조합원 집회에서 이갑용노조위원장이 "대화제의"를 밝힌데 이어
김정국사장에게 전화를 함으로써 직장폐쇄후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첫번째 만남은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회사는 "정상조업 후 직장폐쇄"를, 노조는 "협상전 직장폐쇄철회"를 요구
하며 한발도 뒤로 물러설 용의를 보이지 않았다.

협상재개의 물꼬는 두번째 단독회담에서 트게 됐다.

노사대표는 단독회담에서 "빠른시일내에 사태를 해결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고 이 과정에서 어느정도 합의를 보고 다시 만나기로 했다.

오후6시30분 열린 3차 단독회담에서 노조는 회사의 "선협상"방침을 받아
들였고 회사는 노조가 줄기차게 요구한 모임원의 교섭위원교체를 전격적
으로 수용, 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과정에서 노조는 쟁대위를 수차례 열며 협상수용에 대해 열띤 공방을
펼쳤다.

노조는 "직장폐쇄 철회전에는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협상재개"로
급선회한 배경을 조합원에게 설득할 명분을 찾을 수 없어 고민에 빠지게
됐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파업의 정당성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된데다 연대
파업을 기대했던 현총련산하 현대미포조선과 현대강관이 이날 파업찬반투표
를 가결시키고도 전면파업대신 정상조업하면서 협상한다고 밝혀 고립된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찌는듯한 더위로 고공농성을 위해 골리앗 LNG선등을 점거한 조합원들
의 파업열기가 점점 식어가고 있는 것도 협상재개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으로 보인다.

회사도 단독회담이 끝날때마다 대책회의를 열며 노조를 협상테이블로 끌어
낼 방법을 찾아내느라 분주하게 돌아갔다.

뭐니뭐니해도 협상재개의 결정적 계기가 된것은 정세영현대그룹회장의
결단이었다.

협상진행 상황을 근처에서 지켜보던 회장은 빠른사태해결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 김사장에게 "협상분위기 조성과 사태해결 차원에서
노조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가 이날 해마다 되풀이되는 현중분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권력투입 긴급조정권 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사태해결을 노사자율
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것도 노사양측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어찌됐던 김사장과 이노조위원장이 타결을 전제로 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완전합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환한 표정으로 밝혀 "휴일 타결"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김문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