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신청 사건이 거물변호사에게 몰리고 있다.

법정관리신청은 파탄에 직면한 기업들이 마지막으로 회생기회를 잡기위해
법원에 제출하는 절대절명의 절차여서 기업들이 그만큼 거물변호사를 선호,
사건을 맡기기 때문이다.

20일 서울민사지법에 따르면 상장사의 법정관리신청이 러시를 이뤘던
92년이후 최근까지의 법정관리 신청사건은 법무장관 대법관 사법연수원장
법원장등 출신의 거물변호사들이 휩쓸고 있다.

지난 10일 법정관리를 신청,관련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국내 3위의 강관
제조업체인 한국강관은 82년부터 87년까지 대법원 대법관을 지낸 오성환
변호사(60.고시8회)에게 사건을 맡겼다.

유화업체인 대한유화도 지난해 8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오변호사를
선임, 담당재판부인 서울민사지법 합의50부로부터 채무를 동결하는 회사
재산보전처분 결정을 받은 상태이다.

지난 5일 법정관리신청을 낸 상장사 요업개발은 88년 사법연수원장 출신인
허정훈변호사(60.고시9회)를 담당변호사로 선임, 사운을 맡겼다.

91년 개업한 허변호사는 서울민사.형사지법 부장판사와 서울고법부장 판사
를 거쳐 제주 춘천 인천지법원장을 역임한 뒤 중앙선관위원장까지 맡은 말
그대로 거물변호사이다.

허변호사는 배종렬변호사와 함께 회사재산보전처분결정을 받아내기 위해
뛰고있다.

지난해 11월 상장사 경동산업의 법정관리신청사건은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이종원 변호사(68.조선변호사시험 3회)와 사법연수원장을 지낸 김승진변호사
(55.고시13회)등 두 거물변호사에게 공동으로 수임됐다.

이 회사는 12월 채무 1천18억여원을 동결하는 재산보전처분 결정을 받아내
현재 최종 법정관리에 들어갈지 여부를 놓고 법원의 심리를 받고있다.

서울고법원장을 끝으로 92년 개업한 임규운변호사(61.고시11회)는 한차례
법정관리신청이 기각됐던 상장사 한국벨트의 법정관리신청을 맡아 서울고법
항고심에서 기각결정을 뒤집고 결국 법정관리를 받아냈다.

사건을 맡았던 당시 임변호사는 막 원장직에서 옷을 벗고 개업한 때여서
"전관예우"혜택을 봤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또 92년 8월 경영악화로 법정관리의 문을 두드린 협진양행도 김성기
전법무장관(59.고시8회)을 변호사로 선임, 지난해 4월 법정관리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처럼 법정관리 신청사건이 거물급 변호사에게 몰리고 있는 것은 법정
관리신청 자체가 기업측에서는 죽느냐 사느냐가 걸린 마지막 수단이어서
웬만한 변호사로는 법정관리를 받아낼 수 없다는 기업측의 졸인 마음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위직을 지낸 거물변호사일수록 법정관리신청사건에서의 주쟁점인 회사의
회생가능성을 더 설득력있게 변론할 것이라는 기업측 나름의 해석도 상승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거물급이면 통한다"는 사회 전체의 인식도 기업들이
거물변호사를 선호하는 가장 주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여러 요인들 때문에 법정관리신청 사건의 수임료를 둘러싸고
"부르는게 값이다" "천정부지로 많은 돈이 수임료로 들어간다"는 시비가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민사지법의 한 관계자는 상장회사들의 법정관리신청이 늘어나는 추세
여서 거물변호사 선호추세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