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브랜드 사용 요청하자…공공분양 입주자에 10억 청구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분양 아파트 브랜드인 ‘안단테(ANDANTE)’ 사용을 거부하고 건설사 브랜드를 선택한 일부 단지가 ‘사용료 폭탄’을 맞았다. 건설사가 자사 브랜드를 쓰려면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공공분양 단지 일부 주민은 10억원에 달하는 사용료가 과하다는 불만을 제기하지만 “안단테는 쓰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14일 LH 등에 따르면 입주를 앞둔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공공분양 단지 입주 예정자는 시공사로부터 “아파트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앞서 주민들은 “LH의 아파트 브랜드인 안단테를 쓰지 않겠다”며 주민투표에 나섰다. 투표 결과 건설사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안이 선택됐다.

건설사가 “자체 브랜드 사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있어 주민이 추가금을 내야 한다”고 통보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브랜드는 준공 전에 확정지어야 한다. 급하게 브랜드 사용료 지급을 위한 모금이 시작됐다. 일부 주민이 반대해 모금이 늦어졌고, 급기야 주민 간 갈등으로 번졌다. 한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겨우 모금이 끝나 사용료를 건설사에 납부했다”며 “가구당 100만원을 내야 했기 때문에 일부 주민 불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인근 공공분양 단지도 비슷한 사정이다. 바로 옆 단지는 최근 안단테를 사용하지 않고 건설사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다른 단지도 건설사 브랜드를 사용하거나 단지 자체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단테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면 건설사 브랜드를 사용하는 인근 단지보다 저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단지마다 브랜드 사용료와 계약 내용이 제각각이라 주민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LH 관계자는 “단지마다 계약에 따라 브랜드 사용료를 내는 단지와 아닌 단지가 혼재돼 있다”며 “LH는 건설사와 주민 사이의 계약 내용에 간섭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H는 2020년 브랜드 고급화를 내세우며 안단테라는 새 브랜드를 출시했다. 연구용역비만 4억8000만원이 들었다. 이전에 사용했던 아파트 브랜드 ‘휴먼시아’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아 새로 선보인 브랜드다. 그러나 새 브랜드도 주민에게 외면받고 있다. LH는 결국 지난 4월 입주를 앞둔 안단테 적용 단지에 “입주 예정자와 건설사가 합의하면 다른 브랜드를 적용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내며 사실상 안단테를 사용하지 않는 방안도 허용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