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청담동이라지만…'97억' 그냥 날리다니 [심은지의 경매 인사이트]
올해 초 낙찰가율 155.4%에 팔려 경매 시장에서 주목받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빌딩이 다소 낮아진 1250억원에 재매각됐다. 3.3㎡당 5억원이 넘는 가격에 고가 낙찰 논란이 있었던 물건으로, 낙찰자가 입찰보증금 97억원을 포기해 다시 경매 시장에 나왔다.

12일 부동산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A 빌딩(대지면적 935㎡)은 지난 11일 감정가(976억원)의 128%인 1250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응찰자는 4명이 몰렸다.

이 빌딩은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15층짜리 건물로, 경매 시장에서 희소성이 높은 강남 빌딩이라 큰 관심이 쏠렸다. 채권 관계에 의한 경매가 아닌 공유물 분할로 인해 나온 사례였다. 건물을 증여받은 가족 중 한명이 지분을 정리하기 위해 경매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동산은 지난 1월 31일 1차 매각일에 3.3㎡당 5억3000만원(대지면적 기준)에 이르는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작년 1월 팔린 청담동 프리마호텔(대지면적 4638㎡)은 3.3㎡당 2억9000만원 선이었고, 같은 해 12월 매각된 세신빌딩(대지면적 1029㎡)은 3.3㎡ 5억3000만원 선이었다. 이번에도 매매가가 3.3㎡당 5억원을 넘어서면서 청담동 땅값 3.3㎡당 5억원 시대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낙찰인이 입찰보증금 97억원을 포기한 사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첫 낙찰가보다 낮은 3.3㎡당 4억4000만원 수준에 재매각되면서 아무리 희소성이 높다고 해도 3.3㎡당 5억원대는 과한 가격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무리 도산대로 빌딩이라도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때 대지면적 990㎡ 이하 빌딩치고는 비싼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낙찰가격의 적정성보다는 낙찰인의 자금 사정 때문에 재매각이 이뤄졌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단지 낙찰가가 비싸다고 포기하기엔 입찰보증금 규모가 너무 크다"며 "낙찰자의 자금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불가피하게 재매각됐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