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 방안을 담은 ‘노후 계획도시 정비·지원 특별법’(신도시 특별법)이 공개된 이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경기 고양시 일산 등의 노후 아파트에 저가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수십명씩 입찰"…'특별법 수혜' 일산·상계 경매물건 인기
1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강촌라이프 전용면적 84㎡ 물건에 85명의 입찰자가 몰렸다. 감정가 7억7900만원인 이 아파트는 3억8171만원에 경매가 시작돼 5억4379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69.8%다. 이 물건은 앞서 지난해 두 차례 유찰됐다. 하지만 신도시 특별법 발표 후 저가 매수를 노린 수요자가 대거 몰리면서 낙찰됐다. 준공된 지 31년이 지난 강촌라이프는 서울 지하철 3호선 마두역과 인접한 역세권 대단지(1558가구)다. 용적률이 163%로 낮아 재건축이 조기에 추진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감정가 8억8800만원인 상계동 상계주공11단지 전용 68㎡도 두 차례 유찰을 거쳐 최근 6억217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70%다. 지하철 7호선 마들역과 붙어 있는 상계주공11단지는 정밀안전진단을 추진 중이다.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30년 차 이상’ 아파트가 밀집한 1기 신도시와 상계동, 중계동 등에선 특별법이 공개된 후 집값 낙폭이 줄고 거래량이 살아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특별법이 시행되면 수도권 1기 신도시와 상계동 등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용적률 상한이 최대 500%로 완화되고, 인허가 기간도 대폭 줄어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셋째주(20일 기준) 상계동이 속한 노원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0.16% 떨어져 1월 첫째주(-1.17%)보다 하락 폭이 대폭 축소됐다. 같은 기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값 낙폭도 0.54%에서 0.49%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분당 시범단지나 일산 강촌마을 등 재건축추진위원회가 결성돼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단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신도시 특별법 호재가 있는 지역에서 급매물을 노리거나 경매를 통한 저가 매수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