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의 최저 매각가가 6억원대로 떨어져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해 매수하고 싶었지만, KB시세로 따지니 9억원을 웃돌아 상품 이용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달 말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를 앞두고 시장에서 일부 투자자의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9억원 이하 주택 구입 시 소득 제한 없이 최대 5억원까지 4%대 고정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지만 실거래 가격이 낮더라도 KB시세가 9억원을 넘기면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경매 물건을 구입할 때도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낙찰가뿐 아니라 KB시세 역시 9억원 이하여야 한다. 최근 부동산 한파로 경매시장도 얼어붙으면서 유찰을 거듭한 단지들의 낙찰가가 낮아졌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동원데자뷰’ 전용면적 84㎡는 두 차례 유찰 후 최저 매각가격이 6억8480만원으로 내려갔지만, KB시세가 10억4000만원으로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불가하다. 금천구 독산동 ‘한신아파트2동’ 전용 130㎡ 역시 두 번의 유찰 후 최저가가 6억1760만원이 됐지만 KB시세가 9억1500만원으로 9억원을 웃돌아 해당 상품을 이용해 매수할 수 없다.
경매 물건뿐만 아니라 최근 쏟아지고 있는 급매물도 마찬가지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3차’ 전용 84㎡ 급매물은 8억5000만원에 나와 있지만 KB시세는 9억8500만원으로 1억3500만원 높다. 성동구 마장동 ‘삼성래미안’ 전용 59㎡는 호가가 8억3000만원이지만 KB시세는 9억8500만원으로 역시 특례보금자리론 상품 이용이 어렵다.
KB시세는 호가가 아니라 실거래가를 반영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거래절벽’ 상황에서는 잘 변동하지 않는다. 집값 하락세로 낮은 가격에 나오는 급매물은 많지만 거래가 되지 않아 시세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거래가 잘 되지 않아 KB시세가 9억원 이하를 만족하는 경매 물건은 수도권 외곽에서도 드물다”고 말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오는 30일 출시하는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를 당초 계획보다 0.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고 26일 발표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 가격 9억원 이하이면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고정금리 상품이다.이에 따라 주택 가격이 6억원 이하이고 부부 합산 소득이 1억원 아래면 만기에 따라 연 4.15~4.45%(우대형), 주택 가격이 6억을 넘거나 부부 합산 소득이 1억원 이상이면 연 4.25~4.55%(일반형)의 금리가 적용된다.인터넷을 통한 전자약정방식(아낌e)으로 신청하면 추가로 0.1%포인트 금리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우대형 상품의 경우 저소득청년 0.1%포인트, 신혼가구 0.2%포인트, 사회적배려층 0.4%포인트 등 우대금리도 적용된다. 우대금리를 중복으로 적용하면 최저 연 3.25~3.55%에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다.주금공은 기존 대출을 특례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고자 하는 대출 고객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존 대출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준다.대출 신청은 오는 30일 오전 9시부터 주금공 홈페이지 또는 스마트주택금융 앱을 통해 접수한다. 자동으로 서류를 제출하는 스크래핑 서비스 및 행정정보 이용에 동의하면 별도 간편하게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온라인 대출 신청이 어려운 경우에는 SC제일은행 창구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다만 영업점에 방문하면 아낌e 금리 할인(0.1%포인트)은 적용되지 않는다.최준우 주금공 사장은 "국고채 금리 하락 등에 따른 MBS(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 조달 비용 인하분을 반영해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며 "금리 상승기에 더 많은 서민·실수요자분들이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해 주거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주금공은 오는 3월부터 매월 시장금리와 재원 상황 등을 고려해 특례보금자리론 기본 금리를 조정할 계획이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특례보금자리론이 당초 예정보다 0.5%포인트(p) 낮은 금리로 출시된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연 4%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도 조정됐다.주택금융공사(HF)는 26일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연 4.25∼4.55%(일반형)와 연 4.15∼4.45%(우대형)로 책정해 오는 30일부터 신청·접수한다고 밝혔다.특례보금자리론은 기본금리 외에 인터넷을 통한 전자약정 방식(아낌e)으로 신청하면 추가로 0.1%포인트 금리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기타 우대금리(사회적 배려 층·저소득청년·신혼가구·미분양주택, 최대한도 0.8%포인트)를 더하면 최대 0.9%포인트 낮은 금리가 적용될 수 있다. 우대금리 중복 적용시 금리는 연 3.25∼3.55%까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앞서 금융위원회는 기존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를 통합한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연 4.75~5.05%(일반형)와 연 4.65~4.95%(우대형)로 책정했다. 그러나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된 바 있다.정부는 오는 3월부터는 매달 시장금리 및 재원 상황 등을 감안해 기본금리를 조정할 계획이다.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은 30일 오전 9시부터 주금공 홈페이지, 스마트 주택금융 앱에서 가능하며, 스크래핑 서비스(서류제출 자동화) 및 행정정보 이용에 동의하면 별도 서류제출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 대출 신청이 어려운 경우에는 SC제일은행 창구를 이용하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아낌e 금리 할인(0.1%포인트)은 받을 수 없다.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올해 들어 전국 집값 낙폭이 줄어드는 가운데 화성 동탄신도시가 수도권 하락 일번가로 지목됐다. 집값 상승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밀어 올린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하는 모양새다.2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3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42% 하락했다. 지난해 말 0.76%까지 벌어졌던 낙폭이 4주 연속 줄어들고 있다. 서울도 4주 연속 낙폭을 줄이면서 0.31% 내렸고 인천과 경기도 역시 각각 0.44%, 0.59% 하락에 그쳤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에 낙폭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다만 집값 상승기 영끌족이 몰렸던 일부 지역은 규제 완화에도 집값 급락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 화성시 집값이 한 주 만에 1% 떨어졌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도 세종시(-1%)와 함께 낙폭 1위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전국과 경기도 집값은 매주 낙폭을 줄여가고 있지만, 화성시는 △-1.05% △-1.02% △-1.3% △-1% 등 매주 1% 이상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화성시에서 동탄신도시 위주로 하락했다"며 하락 진원지로 지목했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화성시 능동 '동탄푸른마을신일해피트리' 전용 59㎡도 지난 18일 3억1000만원(1층)에 거래됐다. 2021년 최고가 5억5000만원(6층)에 비해 약 44% 내린 가격이다. 2020년 4월 3억900(10층)과 견줄 수준으로 하락했다.반송동 '시범한빛마을한화꿈에그린' 전용 84㎡는 지난 19일 5억4000만원(19층)에 매매됐다. 2021년 기록한 9억2000만원(10층)에 비해 41.4% 내렸고 3년 전인 2020년 1월 5억6000만원(10층)보다도 저렴하다. 인근 '시범한빛마을케이씨씨스위첸' 전용 84㎡도 같은 날 5억원(15층)에 팔렸다. 2021년 최고가 대비 약 30% 하락했고, 그해 있었던 직전 거래에 비해 2억원 내렸다.지역 중개사들은 집주인과 매수 대기자의 가격 괴리가 커 매수세가 몰리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성시 반송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내년이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되기에 가격을 낮추지 않으려는 집주인이 많다"면서도 "매수 대기자들은 금리 부담을 느끼다 보니 최근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만 찾는다. 결국 매수자 눈높이에 맞춘 일부 급매물만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도 "일부 매수 문의가 증가했지만, 거래까지 이어지지 못해 매물 적체는 지속되고 있다"며 "연휴 영향에 거래 활동도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안산 단원구(-0.92%), 수원 장안구(-0.92%), 오산시(-0.91%)도 가격 괴리 여파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한편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0.75% 하락하며 전주(-0.84%) 대비 낙폭이 축소됐다. 서울은 1.01% 내리며 전주 대비 낙폭이 0.1%포인트 줄었다. 학군 수요 등 이주 문의가 있지만,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전셋값이 지속 하락 중이고,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 임차인 우위 시장이 유지됐다는 평가다.인천은 연수구(-1.35%)와 중구(-1.26%), 부평구(-1.18%) 등에서 하락거래가 꾸준히 진행되며 0.93% 떨어졌고 경기는 안산 단원구(-2.3%), 용인 기흥구(-1.91%), 과천시(-1.84%), 화성시(-1.83%) 등에서 매물 적체가 지속되면서 1.08% 내렸다.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