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박람회 2022’가 열린 지난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과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가 부동산시장 방향성을 놓고 열띤 토론을 했다.   김병언  기자
‘집코노미 박람회 2022’가 열린 지난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과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가 부동산시장 방향성을 놓고 열띤 토론을 했다. 김병언 기자
“분양가, 전셋값 등을 고려하면 최고가 대비 30% 이상 하락하긴 어렵습니다. 시장은 바닥을 다질 겁니다.”(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산이 높은 만큼 골도 깊습니다. 2~3년간 서울 집값은 최대 40%가량 빠질 겁니다.”(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지난 15일 이틀째를 맞은 ‘집코노미 박람회 2022’에선 부동산시장 바닥론을 두고 전문가들의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집값 바닥론’ 놓고 의견 엇갈려

‘바닥인가, 하락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뚜렷한 견해차를 보였다. 시장 바닥론을 주장하는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인허가 실적 등을 바탕으로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짚었다. 윤 수석연구원은 “주택은 필수재여서 주식과 동일선상에 두면 안 된다”며 “물가 상승 부분까지 반영하면 크게 떨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전히 낮은 수도권의 자가주택 보유 비중도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의 자가주택 보유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하위권에 속한다”며 “수도권 인구를 고려하면 200만~300만 가구가 추가 공급돼야 하지만 인허가 물량은 전국적으로 30% 줄었고 준공 물량은 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선 1주택자들까지 매도에 합류하는 대세 하락장이 전개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미분양 물량이 적은 점도 짚었다. 윤 수석연구원은 “2008년엔 전국에 17만 가구 수준의 미분양이 쌓였지만 현재는 4만 가구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하락론을 강조한 김기원 대표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 측면을 강조했다. 그는 “작년 20·30세대가 ‘영끌’해서 집을 샀다는 건 당분간 더 이상 살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부동산시장은 금융위기 때보다 통화량 대비 집값 거품이 더 많이 끼었고, 거래량도 적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집값이 폭락하고 있다”며 “서울은 40%, 전국은 30% 이상 거품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대대적으로 세금 완화에 나서는 시점이 매수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집을 갈아타기 위해서는 내 집이 팔려야 하는데 수요 자체가 없어 갈아타기도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대대적으로 세금을 완화해주는 시점이 오면 그때가 기회일 것으로 본다”며 “2~3년 뒤 적절한 매수 타이밍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상과 관련한 전망도 엇갈렸다. 윤 수석연구원은 “금리는 내년 상반기에는 동결 또는 소폭 인상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이때를 전후해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대표는 “금리를 내린다는 건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는 더 안 좋은 신호”라며 “금리뿐 아니라 다른 부분도 안 좋아진다”고 말했다.

“월세 가격이 주택시장 예측 가늠자”

최근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심화하고 있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부동산시장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라는 분석도 나왔다. 함태식 유튜브 채널 얼음공장 운영자는 “월세 가격이 한계치까지 치솟아 월세 수요가 전세나 매매 시장으로 다시 유입되는 시점에 시장이 정상화하고 가격도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만 실수요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월세 가격 상한이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토지 투자 달인’으로 꼽히는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고속도로 나들목 주변 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보통 신도시나 물류 거점이 나들목 주변에 많이 생긴다”며 “나들목 건설에는 다양한 개발 호재와 규제 완화가 뒤따르기 마련”이라고 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전국적으로 빈집 문제가 큰 사회 이슈로 대두할 것”이라며 지역별 인구 변화 추이를 꼼꼼히 살펴본 뒤 투자에 나설 것을 권했다. 박 특임교수는 “금리가 치솟으면서 수도권과 지방, 고소득층과 서민 간 자산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심은지/하헌형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