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투자는 자산가들의 영역이다.’

예전엔 100% 맞는 얘기였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자산가들이 몇십억원짜리 빌딩을 사서 2~3배 이상 가격에 팔았다는 식의 보도를 보면 ‘남 얘기’ 같지만 소액 투자의 길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단돈 5000원, 1만원으로 빌딩에 투자하는 ‘조각투자’ 기법이 생겼기 때문이다.

부동산 조각투자는 하나의 건물을 여러 개의 증권으로 쪼개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100억원짜리 서울의 한 꼬마빌딩을 개인이 매입하기는 힘들지만 투자 펀드에 참여해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익이나 매각 시 시세 차익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댑스)’ 형태로 구매할 수 있는데 1댑스의 가격은 5000원이다.

조각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국내 1호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를 비롯해 세종텔레콤 컨소시엄이 선보인 ‘비브릭’, 루센트블록의 ‘소유’, 펀드블록글로벌의 ‘펀블’ 등이 있다. 빌딩뿐 아니라 대형 물류센터, 레지던스 등 투자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

카사는 2020년 11월 첫 공모 이후 지금까지 여러 부동산 공모를 진행했다.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9월 카사가 사들인 ‘역삼 한국기술센터’는 매입가가 84억5000만원이다. 93억원에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타나면서 지난 2월 투자자들은 전자투표를 통해 매각 여부를 결정했다. 총 169만 주 중 96.3%가 투표에 참여했고 98%가 찬성했다. 공모가 대비 매각 차익으로 10.16%의 수익률을 실현해 배당을 했다.

‘펀블’은 지난 6월 자사의 1호 조각투자 상품으로 국내 랜드마크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타워동 45층 오피스 공간을 대상으로 했다. 한 디벨로퍼 업체가 3년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는 점을 겨냥한 투자다.

부동산 조각투자가 안정성과 수익을 모두 보장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증권 가격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매도가 늦어질 경우 ‘엑시트’(수익 실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