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 뷰 아파트’ 논란에 휩싸였던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단지들이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했다. 15일 찾은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내에서 입주민이 이사하고 있다.  /검단(인천)=심은지 기자
‘왕릉 뷰 아파트’ 논란에 휩싸였던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단지들이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했다. 15일 찾은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내에서 입주민이 이사하고 있다. /검단(인천)=심은지 기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제 하나둘 입주하고 있습니다. 단지가 산으로 둘러싸여 녹지를 좋아하는 분들이 주로 찾습니다.”(인천 서구 원당동 G공인 대표)

15일 찾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로제비앙 라포레’(735가구) 단지에는 평일 낮임에도 이삿짐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이 단지는 지난달 31일부터 입주하기 시작한 이른바 ‘왕릉 뷰 아파트’ 중 하나다. 현재 10여 가구가 입주 완료했고 이달 100여 가구가 추가로 들어온다. 잔금 납부 기한인 오는 9월까지 입주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단 1만2000가구 입주

공급폭탄 떨어진 검단…전셋값 5000만원 '뚝'
검단신도시 입주장이 본격화했다. 검단신도시는 인천 서구 당하·원당·마전·불로동 일대 1118만여㎡에 7만5000여 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판교·동탄 등 다른 2기 신도시들에 비해 사업 진행이 느려 ‘마지막 2기 신도시’라 불린다. 작년 8000여 가구, 올해 1만2000여 가구가 입주한다.

‘왕릉 뷰 아파트’ 논란에 시달린 ‘예미지 트리플에듀’(1249가구)와 ‘디에트르 더힐’(1417가구)도 내외부 공사에 한창이었다. 특히 이달 말 입주민을 맞는 ‘예미지 트리플에듀’는 커뮤니티센터 등 막바지 단지 정비 중이었다.

이들 3개 단지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김포 장릉 보호구역 500m 안에 지어진 게 뒤늦게 문제가 되면서 완공까지 몸살을 앓았다. 문화재청은 ‘무허가 건물’이라고 철거를 요구하고, 건설사와 입주민들은 적법한 절차대로 분양한 것이라며 맞대응하면서 여전히 법정 공방 중이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조성한 택지지구의 용도대로 땅을 매입해 아파트를 지은 것인데 무허가 건물이라고 딱지를 붙였다”며 “입주하기까지 주민들의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과 관련한 본안소송은 다음달 선고 예정돼 있다.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선 1, 2심 재판부가 건설사 손을 들어줬다. 입주가 시작된 만큼 본안소송에서 문화재청이 승소하더라도 아파트 철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셋값 급락 속 프리미엄도 ‘뚝’

공급폭탄 떨어진 검단…전셋값 5000만원 '뚝'
‘입주 폭탄’이 이어지면서 검단신도시 내 전셋값과 매매가격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인천 서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들어 누적 0.41% 떨어졌고, 전셋값은 같은 기간 3.68% 하락했다.

‘왕릉 뷰 아파트’ 단지들도 입주를 앞두고 전·월세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로제비앙 라포레’ 전용 85㎡ 전셋값은 2억7000만~2억8000만원 수준으로, 올초 대비 5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예미지 트리플에듀’ 전용 76㎡는 3억3000만~3억5000만원에 나왔던 물건들이 2억8000만~3억원으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시장엔 여전히 3억원대 전세 물건이 나와 있지만 2억원대로 가격을 낮춰야 전세 계약이 이뤄진다는 게 중개업소들 설명이다. 원당동 K공인 대표는 “수도권에서 대출이 없고, 빌트인 에어컨 4대가 설치된 30평대 전세 물건을 어디서 2억원대 중반에 얻을 수 있겠냐”며 “주로 저가 전셋집을 찾는 신혼부부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 단지의 경우 전매 제한으로 분양권은 거래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장에선 분양가 프리미엄(웃돈)을 1억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초 입주한 인근 ‘우미린 더시그니처’ 전용 85㎡는 작년 3월 분양권이 7억4000여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5억1000만원에 팔렸다. 분양권 대비 프리미엄이 3억40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으로 급락한 것이다. ‘푸르지오 더베뉴’ 전용 85㎡도 작년 12월 8억5000만원에 거래돼 분양가 프리미엄이 4억5000만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거래 문의조차 없다는 설명이다.

원당동 G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아직 분위기가 바뀐 것을 모르고 프리미엄을 몇억원씩 원하는데 매수자는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며 “어느 단지든 프리미엄 1억원 받기가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검단(인천)=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