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호가가 20억원까지 올랐던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단지 전경. 사진=한경DB
지난해 호가가 20억원까지 올랐던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단지 전경. 사진=한경DB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추가 정차 소식에 지난해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인덕원역 일대인 경기도 안양·의왕시 일대의 집값이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기대를 모았던 인덕원역의 '3중 역세권'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전용 84㎡가 11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GTX C노선 추가 정차 기대감이 높아지던 지난해 6월 신고가 16억3000만원을 기록하면서 이 지역 '대장 아파트'로 거듭났다. 신고가 거래 이후에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GTX C 인덕원역 추가 정차를 제안하면서 호가가 20억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급등한 가격에 대한 피로감과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가격도 하락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 4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번에 더 낮은 가격의 하락 거래가 발생하면서 실거래가는 1년 만에 4억4000만원 떨어져 2020년 2월과 같은 값으로 돌아왔다.

포일동 A 공인중개사는 "5월 넷째 주 거래가 체결돼 아직 실거래가 등록은 되지 않았다"며 "12억원대에 형성된 시세에서 크게 벗어난 가격은 아니"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 B 공인중개사는 "최초 13억원에 등록됐던 매물을 1억원 낮춘 것인데, 계약 당일 매수인이 가격 인하를 요구해 1000만원 더 깎였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인덕원역 일대 전경.  /사진=한경DB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인덕원역 일대 전경. /사진=한경DB
인근 아파트 단지들 가격도 하락세다. '인덕원삼호' 전용 84㎡는 지난달 9억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말 최고가 12억원에 비해 3억원 내렸고 인덕원숲속마을5단지 전용 102㎡도 지난달 11억7000만원에 팔리면서 지난해 7월 최고가 14억원에서 2억3000만원 하락했다.

이들 단지가 속한 의왕 집값은 9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의왕은 지난해에는 GTX 호재로 38.56% 오르며 전국 아파트 매맷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며 8.6% 떨어졌다.

포일동 C 공인중개사는 "지난해에는 웃돈을 줄 테니 팔라는 매수자가 많았는데 지금은 문의가 거의 없는 상태"라며 "새로 체결되는 가격에 맞춰 호가도 낮아지는 추세"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인덕원역에 예정됐던 △지하철 4호선 △동탄인덕원선 △월곶-판교선(월판선) '3중 역세권'도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감사원은 지난달 31일 '재정지출·사업 관리제도 운영실태 I' 감사를 통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동탄인덕원선 수요예측 재조사를 통보했다. 감사원은 "사업 타당성 조사 당시 동탄 1·2호선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다고 가정했지만, 2021년 10월 기준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투자심사가 진행되는 등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조사 당시 예측한 수요에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동탄인덕원선 수요는 동탄 1·2호선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 경우 2031년 하루 21만8798명으로 예상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17만4701명으로 줄어든다. △경제성 △정책성 △지역낙후도 평가를 합산한 종합점수(AHP)도 0.513점에서 기준점 0.5를 밑도는 0.458점으로 낮아진다. 감사원은 재조사에 매몰 비용을 감안하라며 사실상 사업 자체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국토부도 해당 사업의 진행 단계와 매몰 비용 등을 고려해 재검토하겠다고 감사원에 답했다.
동탄인덕원선 노선도. 사진=국토교통부
동탄인덕원선 노선도. 사진=국토교통부
총 38.3km 구간의 동탄인덕원선은 10개 공구로 나눠 공사가 진행되는데, 1·9공구가 먼저 착공했다. 현재 1공구가 3.7%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9공구는 지역 주민들의 안전 우려에 공사가 중단됐다. 나머지 2~8, 10공구는 설계단계로, 사업의 매몰 비용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2조8329억원이던 총사업비도 인건비와 자잿값 인상 등의 여파에 3조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동탄인덕원선 사업이 좌초하면 GTX C노선 추가 정차에 영향을 끼쳐 지역 부동산 시장이 더 침체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GTX C 인덕원역 추가 정차는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에 동탄인덕원선과 월판선이 들어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돼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심형섭 우대빵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동탄인덕원선이 좌초하면 GTX C노선 추가 정차도 사업 지연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면서 "그럴 가능성은 작지만 만에 하나 추가 정차가 무산되기라도 하면 (부동산 시장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