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 부영호텔, 일제강점기 건물 허물고 짓는다
부영주택이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 인근에 호텔(조감도)을 신축하면서 부지 내 보존하기로 했던 일제강점기 건물을 철거할 수 있게 됐다. 공사 중 안전 문제가 불거져 노후 건축물 외벽을 보존하는 대신 철거 후 복원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제10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수권소위원회를 열어 소공동 112의 9 일대(6562㎡) ‘북창 지구단위계획 및 소공동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변경안’을 통과시켰다고 28일 밝혔다.

해당 부지는 부영주택이 지하 7층~지상 27층, 850실 규모의 호텔 신축을 추진 중인 곳이다. 부영은 앞서 2012년 이 땅과 일제강점기 조선토지경영주식회사 건물인 한일빌딩을 포함해 인근 근현대 건축물 7개를 사들였고, 이중 5개에 대해 기존 외벽을 남겨 원형을 보존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사 과정에서 건축물의 외벽 마감재로 추정되는 물체가 떨어져 지나가는 차량이 망가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추가 정밀안전진단 결과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부영 측은 “안전을 위해 해당 건물을 철거한 뒤 개축하겠다”며 허가 변경 신청을 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당초 원형 보존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호텔 신축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며 변경을 거부했다.

양측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부영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도 중앙행심위 결정에 따라 개발계획 변경을 허용했다. 외벽을 그대로 보존하는 대신 철거 후 복원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 중 안전사고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사업시행자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