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 방배동에 약 3년 만에 들어선 새 아파트다.  /이혜인 기자
지난달 24일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 방배동에 약 3년 만에 들어선 새 아파트다. /이혜인 기자
“전세 매물이 워낙 귀하다고 소문이 나서 이제 집 보러 오는 사람도 별로 없네요.”(방배동 M공인 대표)

5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 인근 중개업소에는 방문객이 드물었다. 지난달 24일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2018년 10월 준공된 ‘방배 아트자이’(353가구) 이후 약 3년 만에 방배동에 들어선 신축 아파트다. 임대차법과 강화된 양도소득세 규정 때문에 집주인이 입주한 가구가 많아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려웠다. 10개가 채 되지 않는 매매 물건은 분양가의 두 배 수준으로 뛴 상태다.

분양가 앞지른 전셋값

방배동 3년 만에 신축 입주…"전세가 없네"
옛 ‘방배경남’ 아파트를 재건축한 방배그랑자이는 지하 5층~지상 20층, 8개 동, 758가구(전용면적 54~162㎡)로 지어졌다. 전용 59·74·84㎡ 256가구가 일반에 분양됐다. 입주는 9월 30일까지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단지 전세 호가는 분양가를 넘어섰다. 전용 59㎡ 전세는 13억~14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분양가(최고 12억3000만원)보다 많게는 1억7000만원 높다. 전용 84㎡는 지난달 16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현재 호가는 분양가(최고 17억3000만원)와 비슷한 16억5000만~18억원 수준이다. 전용 84㎡ 입주권 매매 호가는 분양가의 두 배에 가까운 30억원이다. 방배동 B공인 관계자는 “방배동에서 오랜만에 나온 신축 단지여서 관심을 보이는 실수요자가 많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1주택자의 실거주 의무(양도세 비과세 요건) 규제로 집주인의 80% 정도가 입주했다”며 “현재 나온 전세 매물은 한두 개뿐”이라고 했다.

방배그랑자이는 서울지하철 2호선 방배역에서 도보로 5~7분 거리에 있다. 강남에서 보기 드문 숲세권 입지도 갖췄다. 단지 내 둘레길을 통해 매봉재산에 오를 수 있다. 인공 폭포 등 단지 내 조경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단지 주변에 초·중·고교가 없어 자녀들의 통학이 불편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배정받는 방일초는 거리가 꽤 돼 학생들이 셔틀을 타고 다니기도 한다.

인근 단지 재건축 사업도 순항

방배동 3년 만에 신축 입주…"전세가 없네"
입주민 사이에선 방배그랑자이가 방배동 일대 새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도시와경제의 송승현 대표는 “준공된 지 30년 넘은 인근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이 완료되면 시너지 효과가 나면서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대에선 ‘방배삼익’(408가구) ‘신동아’(439가구) ‘임광1~3차’(734가구) ‘서초 중앙하이츠’(109가구) 등이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한 방배삼익은 재건축 마지막 관문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재건축 후 721가구로 늘어난다. 단지명은 ‘아크로 리츠카운티’다. 신동아는 작년 말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사업시행인가를 준비 중이다. 임광1~2차는 201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조합설립을 추진 중이다. 속도가 가장 더딘 임광3차는 지난 5월 예비 안전진단(현지 조사)을 통과했다.

일각에서는 인근 단지와 비교해 방배그랑자이의 시세가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지 맞은편 입주 4년차인 방배아트자이는 전용 84㎡가 지난달 26일 23억원에 거래됐다. 전용 59㎡ 전세 호가도 방배그랑자이보다 3억~4억원 낮은 수준이다.

방배역과 가까워 최근까지 이 일대 아파트 시세를 견인해온 방배동 ‘방배서리풀 e편한세상’(496가구·2010년 준공) 전용 84㎡의 최근(3월) 실거래가도 23억원이었다. 방배동 D공인 관계자는 “방배아트자이나 방배서리풀 e편한세상과 비교해 마트, 상가 등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