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특목고…살아나는 '명문학군' 집값
일반高로 전환된 지역 '부각'
배정학교따라 차별화 예상
학원가가 잘 조성돼 서울의 대표적인 학군으로 꼽히는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7억98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 6월 24억원에서 석 달 사이 4억원이 올랐다. 현지 P중개업소 관계자는 “7월 서울시 교육청이 자사고 취소에 나서자 아파트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셋값도 6월 12억5000만원대에서 14억원까지 훌쩍 올랐다. 20년차 아파트인 대치삼성도 6월 16억4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84㎡의 시세가 현재 19억7000만원으로 치솟았다. 전세도 지난달 9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11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대치동 K공인 관계자는 “매매 수요의 대부분이 자녀를 둔 실수요”라며 “그 탓에 전세 매물이 줄어 전세와 월세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천구 목동의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용 74㎡는 9월 14억7000만원에 실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현재 호가는 16억원이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 중에서 가장 가격이 낮아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11단지도 전용 66㎡의 호가가 10억원까지 뛰어올랐다.
8월에는 8억9800만원에 거래됐던 주택형이다. 강북의 대표적인 학원가인 중계동도 청구3차 전용 84㎡가 최근 전 고점인 9억원을 돌파했다. 8월 8억8900만원에 두 건 실거래된 후 현재 시세는 9억2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쏠림현상, 집값 더 오를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명문 학군을 찾는 수요가 특정 지역의 집값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대치동은 학교뿐 아니라 학원 시스템이 잘 돼 있어 특목고, 자사고가 주목받을 때도 집값이 안정됐던 지역”이라며 “특목고 등이 폐지된다고 하면 이전보다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학군·입시전문가로 활동 중인 심정섭 더나음연구소 소장은 같은 강남권에서도 어느 학교를 배치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지역별로 수요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심 소장은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는 세화고가 자사고에서 폐지되면서 오히려 세화고 배치를 받기 위해 반포로 이사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그동안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에 지원해보려고 강북에 남아 있던 학군 수요들도 움직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학군 수요의 이동을 알려면 연말은 지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매년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가 3월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집을 알아보려는 학군 이사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기다. 명문 학군 지역은 수능 직후인 12월 아파트 거래량이 대폭 증가한다. 심 소장은 “광주의 유명 학군인 봉선동은 자사고가 다 일반고로 전환한 뒤에도 학군 수요 이탈이 거의 없다”면서 “올겨울 전세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흥 명문학군 조성될까
대단지 새 아파트 입주와 맞춰 입시학원들이 속속 입점하고 있는 마포, 강동 일대가 신흥 명문학군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고준석 교수는 “그동안 신흥 중산층 주거지는 아이들을 고등학교 때 특목고에 뺏기면서 학군 형성이 안되는 게 문제였다”면서 “특목고 폐지가 이런 유출을 막으면서 대치동이 아니어도 우수학군, 명문고 탄생이 다시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 소장도 구 내에 자사고와 외고가 많은 강동구는 오히려 일반고 전환이 호재라고 분석했다. 강동구에는 일반고임에도 특목·자사고만큼 폭넓은 교육을 하면서 입시 명문고로 유명한 한영고 외에도 한영외고, 배재고(자사고) 등이 있다. 그는 “시간이 걸릴 뿐 강동 학군이 새로운 명문 학군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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