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독점 분양보증시장…건설업계·국토부 '개방' 갈등
분양보증 시장 개방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국토부가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개방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놓자 업계는 “2020년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외에 추가로 보증회사를 지정하기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합의를 지키라”며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분양보증 시장을 개방해 경쟁 체제를 도입해 달라”고 국토부에 건의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분양보증이란 분양사업자(건설사 등)가 파산 등의 이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됐을 때, 보증기관이 주택분양을 이행하거나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의 환급을 책임지는 제도다. 20가구 이상 주택을 선분양할 때는 반드시 HUG 분양보증이 있어야 한다.

갈등이 점화된 것은 HUG가 지난 6일 서울 등 고분양가 단지에 대한 분양가 심사기준을 강화하면서다. 오는 24일부터 분양 승인을 하는 단지는 상한 기준이 기존 110%에서 100~105%로 조정된다.

최근 시세 인상분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없게 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반발하는 단지가 급증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라클래시’ 조합원은 “HUG가 제시한 분양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후분양으로 돌아섰다. 서초구, 동작구 내 재건축 단지들도 후분양으로 돌아서거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독점적 분양보증 구조가 시장 질서를 해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HUG가 분양보증을 임의로 지연시키고 분양가를 통제해 사업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HUG 독점 분양보증시장…건설업계·국토부 '개방' 갈등
분양보증 시장 개방의 필요성은 2005년 처음 제기됐다. 이를 받아들여 국토부는 2008년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국토부 장관이 지정하는 보험회사도 주택분양보증 발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10년이 넘도록 추가 지정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7월 공정위가 문제를 지적하자 국토부는 2020년까지 보증보험 회사를 추가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서 공정위와 합의한 내용에는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며 “시장 상황을 보면서 분양보증 기관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약속한 기한 내에 시장 개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토부 소명을 들어본 후 추가 권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점적 사업구조 덕분에 HUG의 보증실적은 2010년 23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52조8000억원으로 일곱 배 가까이 늘었다. 2012년 2205억원 수준이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512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