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집 한 채만 보유하자"… '다주택자 압박' 부작용 현실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선 차별화 현상이 극심하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입을 모은다. 평균 집값 상승률을 보면 경기도나 인천은 상대적으로 잠잠한데 서울만 급등하는 모양새다. 서울 시내 아파트라고 해서 모두 급등하는 것도 아니다. ‘블루칩’인 강남권과 ‘옐로칩’으로 불리는 강북 한강변 구(區)들이 시세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폭탄을 쏟아내자 ‘똘똘한 한 채만 가지자’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인기 주거지역으로 시중 유동성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 아파트 잡아라”

강남구에서는 압구정동과 대치동이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압구정동 구현대4차 전용면적 118㎡ 주택형은 지난달 말 34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주택형이 32억원에 팔린 지 불과 열흘 만에 2억원이 올랐다. 8·2 대책 전인 지난해 7월 실거래가(28억원)에 비해 5개월 만에 6억원이나 올랐다. 구현대5차 전용 84㎡는 저층 매물이 24억원에 거래되며 한 달 전의 로열층 가격을 따라잡았다.
"똘똘한 집 한 채만 보유하자"… '다주택자 압박' 부작용 현실화
압구정동 S공인 관계자는 “다주택자 규제로 큰 집 한 채를 갖는 게 낫다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압구정동에서 크기, 층 상관없이 매물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 리센츠 전용 124㎡는 지난해 말 19억원에 거래돼 현재 20억원을 호가한다. 지난해 7월 실거래가(17억원)에 비해 3억원 가까이 뛰었다. 은마아파트 전용 84㎡도 지난주 1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전 고점인 16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지금은 실거래가에 3000만원은 더 줘야 거래가 된다”고 말했다.

투자 수요는 주로 거래가 자유로운 신축 아파트와 재건축 초기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최근 22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지난달 17억4000만원에 손바뀜됐으나 지금은 18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반포동 만복래공인 양서윤 대표는 “좋은 학군을 찾아 오는 전문직 종사자들과 신축 아파트에 투자하려는 자산가들이 줄을 서 매물을 기다리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12월 입주 30년을 맞아 재건축 연한을 채우는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84㎡는 현재 11억50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지난해 7월 10억원을 돌파한 뒤 5개월 새 1억5000만원 이상 올랐다.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만 해도 8억5000만원 안팎이었으나 8·2 대책 이후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 달 전부턴 중대형도 가세

중소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크지 않던 대형 아파트 가격도 지난달부터 뒤늦게 급등하는 모습이다. 반포동 M공인 관계자는 “최근 반포자이아파트 전용 165㎡ 매물을 기다리던 한 투자자가 물건이 나오지 않자 결국 전용 244㎡를 샀다”며 “면적당 시세가 싼 장점이 있어 대형 매물이라도 잡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2단지 전용 91㎡는 지난달 28일 2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달 호가는 22억원을 웃돈다. 김범철 연세공인 대표는 “8·2 대책 이후 중대형을 찾는 손님이 더 늘었다”며 “예전엔 소형 가격이 뜨면 떠밀려 올라가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자체 매수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강남3구’의 아파트값을 밀어올리는 재료는 ‘똘똘한 한 채’ 열풍이라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다주택자 압박에 나선 정부가 8·2 대책으로 양도소득세 중과 카드를 뽑아든 데 이어 보유세도 인상하겠다고 나오자 나타나는 현상이란 설명이다. 다주택자들이 외곽 아파트를 정리하면서 학군, 생활인프라, 개발호재가 집중된 블루칩 지역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지위양도가 전면 금지되자 재건축 시장에 몰리던 시중 유동자금이 거래가 자유로운 인기 주거지역으로 몰리는 경향도 뚜렷하다. 여기에 정부가 고교학점제,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우선선발권 폐지 등 교육제도 변경안을 내놓자 학군 수요까지 몰리고 있다.

조수영/김형규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