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감사 결과를 보면 LH의 경영 부실과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은 예상한 것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된 2003년 이후 양 공사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타당성 검토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온 것이 부실의 큰 원인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미분양토지만 해도 2003년 2조7000억원이던 것이 지난해엔 17조7000억원으로 급팽창했다. 결국 무분별하게 집행되고 있는 사업을 축소 · 중단하는 등 사업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경영개선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법적 근거조차 없는 기반시설 부담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자체의 요구에 의거해 도로개설 하천정비 등에 투입한 자금 규모가 4조7000억원에 이르렀지만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조3000억원은 이런 비용을 조성원가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법이 개정된 2008년 이후 집행된 것이었다. 토지보상 비용 또한 당해 사업지구와 관련이 없는 지역의 과다 보상선례를 인용해 지급하는 등의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물론 LH가 부채 규모 109조원(지난해 말 현재)에 이르는 빚더미 기업으로 전락(轉落)한 데는 임대주택 건설을 비롯한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떠안게 된 부실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이와 관련, 이지송 사장은 어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 참석해 "임대주택 건설분에 대한 정부 출자 비율을 19.4%에서 30%로 확대하고 주택기금 지원단가도 평당 200만원은 올려야 한다"며 지원대책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 결과를 보면 경영부실의 책임을 정부 탓으로만 돌리면서 국민 혈세 투입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에 앞서 스스로 허리띠를 조이는 것은 물론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을 축소 · 중단 · 폐기하는 구조조정 작업을 실행에 옮기는 등 뼈를 깎는 경영합리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국민들 또한 LH 회생을 위한 지원책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