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가 시장은 지역별,투자 상품에 따라 양극화,차별화 현상이 두드러졌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분양됐던 경기도 판교신도시의 단지 내 상가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모두 낙찰됐고 서울 강남의 상가 분양가 역시 고공 행진을 거듭했다.

반면 자영업자는 30만명이 줄어들고 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에 따른 동네 상인들의 반발이 이슈화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경제신문은 6일 상가정보업체인 상가뉴스레이다,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등과 함께 올 한 해 상가 시장을 총결산해 봤다.



[1] 판교 단지 내 상가 인기

2005년 말 분양 당시 로또로 불리며 전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판교신도시는 올해 상가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다. 금융위기 여파로 아직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있던 지난 3월 동판교 내 '스타식스 게이트'가 개인 투자자에게 통째로 매각된 데 이어 6월 초에는 서판교에 위치한 '스타식스 로데오'가 역시 개인투자자에게 넘어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아울러 공개입찰이 실시됐던 판교 주공 상가에만 3월 110억여원,5월 79억여원,6월 180억원 등 총 370여억원이 몰리는 기염을 토했다. 9월 입찰에서도 분양된 20개 상가가 모두 낙찰됐다.

하지만 판교를 제외한 단지 내 상가 분양성적은 저조했다. 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달 수도권 4개 단지에서 실시한 단지 내 상가 분양 결과 총 20개 점포 중 10개 점포만 낙찰됐다.


판교신도시의 성공 요인으로는 높은 입주율과 서울과의 접근성,주거지 대비 낮은 상업용지 비율,테크노밸리 파급효과 등이 꼽힌다. 중심상업용지 입찰 가격의 경우 3.3㎡당 최고 9000만원을 호가하며 1층 상가의 분양가도 3.3㎡당 평균 8000만~9000만원,최고 1억원 초반까지 나온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판교신도시에 준하는 인기를 얻으려면 아무래도 입주율,서울과의 접근성 등이 유리해야 할 것"이라며 "청라지구,광교신도시,남양주 진접,고양 덕이지구,용인 수지지구,광명시 정도가 괜찮은 투자처"라고 예상했다.

[2] 강남 상가 분양가 고공행진

먼저 '억' 소리나는 분양가가 첫 선을 보인 곳은 서초구 서초동 '강남지웰타워 2차'.1층 기준으로 분양가가 3.3㎡당 1억5500만원이나 됐다. 이어 분양한 서초동 '바로세움 3차'도 1층 기준 3.3㎡당 1억8900만원에 달했다. 이는 2006년 강남권에서 최고가로 주목받았던 역삼동 '로하스애비뉴' 상가가 3.3㎡당 8500만원에 공급된 것을 감안할 때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이 같은 놀라움도 잠시 최근 서초동에서는 3.3㎡당 분양가가 최고 2억5000만원에 달하는 상가도 등장했다. 서초동 '대목타워'가 그 주인공.시행사 측은 "강남대로변에 신규 분양하는 상가로서 희소성이 있는데다 최근 개통된 9호선 때문에 상권이 새롭게 평가 받고 있어 분양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장 이사는 "이들 상가의 경우 개인보다 자금력이 풍부하고 국내시장의 진출을 노리는 외국계 기업에서 분양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3] 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

올 한 해 SSM은 상가 시장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GS,신세계,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SSM에 본격 진출했으나 슈퍼마켓과 재래시장 등 중소상인들의 격한 반발에 부딪쳤다. SSM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은 소비자 편의와 선택의 폭 증대 등을 들어 SSM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슈퍼마켓 협동조합연합회 등은 SSM이 들어올 경우 동네 상권의 몰락이 불가피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기존 상인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SSM 출점 때 사전조정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SSM과 기존 상인들이 원만한 합의에 이른 경우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포화 상태에 이른 할인점이 이제 동네 상권으로의 확장을 시도하다 결국 중소 상인들과 부딪친 것"이라며 "양자 간의 접점 자체가 넓지 않아 당분간 이 같은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 상가 분양 마케팅 변화

상가 분양업체들이 과거 분양 위주의 마케팅에서 '선임대 후분양' 등의 방식으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무래도 상가가 투자금액 부담이 큰 '고위험상품'인 만큼 분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천시 부천터미널의 '소풍'도 한때 분양과 상권 활성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뉴코아 입점 후,다수의 임차인을 확보해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오픈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역시 시행사 측이 철저하게 임대 분양을 통한 초기 상권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임스퀘어 관계자는 "단기 수익보다는 매장 하나 하나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이 같은 노력으로 200여개의 매장이 100% 임대 완료했다"고 말했다.

[5] 용산 재개발 참사로 본 권리금

올해 초 발생한 용산참사로 인해 상가 권리금이 이슈로 떠올랐다. 권리금은 영업권의 일종으로 법률적 규정은 없지만,상가 매매나 임대 때 관행적으로 인정해 왔다.

용산참사 이후 상가임대차 보호법에 상가 권리금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얻었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재개발 때 영업비 보상기준액이 현행 3개월에서 4개월로 확대됐으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 범위도 대폭 확대됐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