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이스트코스트 고속도로를 따라 남서쪽으로 20분만
자동차로 달리면 수려한 미관의 현대식 건물군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모양새를 뽐내고 있지만 전체적인 배치나
색조면에서는 엄격한 질서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특이한 조화를 이룬 곳이 바로 싱가포르 최대의 복합단지
마리나센터다.

총 면적이 6백98ha(약 2백9만평)규모인 이 곳은 마리나스퀘어(9.2ha),
마리나 사우스(2백26ha), 마리나 이스트(4백14.8ha), 밀레니아(8.0ha) 등
4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이 가운데 마리나스퀘어는 개발이 완료됐고 나머지 3곳은 개발이 진행중이다

마리나스퀘어의 경우는 쇼핑몰과 마리나 만다린(지상22층 6백40실),
팬패시픽(37층 7백92실), 오리엔탈(22층 5백27실) 등 3개 호텔이 기간시설
이다.

이들 건물은 쇼핑몰을 중심으로 3각형 배치를 하고 있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더욱이 각각의 호텔들은 내부공간을 오픈스페이스(개방공간)로 처리하는
아트리움 방식을 채택, 전통적인 중국건축미를 물씬 풍긴다.

"아트리움 방식은 중국 한족중 하나인 하카인들이 북방민족의 침략을 받아
남쪽으로 밀려내려왔을 때 집을 성곽형식으로 지은 것에서 유래했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싱가포르인들이 대부분 푸젠성 출신임을 감안할 때 이같은 건축양식이
현대에 계승됐다고 볼 수 있다"

마리나 스퀘어 설계작업에 참여했던 우츠 창 DP 아키텍트사 도시설계 부문
컨설턴트의 말이다.

마리나 센터가 다양한 형태의 건물로 구성됐지만 전체적으로 동질감을
나타내는 이유를 알만하다.

쇼핑몰은 싱가포르 최대 규모다.

공공면적을 뺀 임대면적만 5.9ha다.

이 쇼핑몰은 마리나 스퀘어에 속한 3개 호텔을 지상 3층을 통해 연결하고
있다.

이곳의 개발컨셉트는 "가족 전원이 이곳에 와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한다"는 것.

이 때문에 일본계 백화점 체인인 도큐와 메트로를 축으로 2백30개 전문
상점이 십자로 배치돼 있다.

모든 요구와 갈망을 여기에서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기능을 마련하기
위한 배려다.

이처럼 편리하게 지어진 마리나 스퀘어도 싱가포르 정부의 간척정책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7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이 지역이 바다였다.

그 당시 싱가포르 정부는 인근에 있는 래플즈시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자 새로운 부지물색에 나섰다.

그러나 대규모 복합단지를 지을 땅을 찾질 못한다.

이때 눈을 돌린 곳이 바로 바다였다.

내륙쪽으로 유휴지가 있었지만 래플즈시티와 연계된 건축물을 원했던
싱가포르 정부는 간척이 더 경제성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체없이 간척사업에 들어갔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마리나 이스트나 마리나 사우스 간척사업도 이때
동시에 시작된 것이다.

마리나스퀘어 간척사업은 착공 2년만인 지난 82년에 완료됐다.

이무렵 싱가포르 정부는 동남아시아와 유럽계 금융기관들을 참여시킨
개발회사(마리나센터 홀딩즈)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시공방식은 효율성을 위해 원청자가 하청업자를 선정, 이들을 전체적으로
지휘 감독하는 건설사업관리방식(CM.Construction Management)을 채택했다.

원청업체로는 현대건설이 선정됐으며 기초공사(영국 러쉬&톰킨스)와 파일
공사(미국 레이몬드 인터내셔널)는 현대가 하도급을 주어 지난 87년 완공했다

현재 마리나스퀘어는 하루 유동인구가 10만명이 넘을 정도로 싱가포르의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늦은 밤까지 상업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심공동화 현상을
효과적으로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는 나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쇼핑몰이다.

업무시설 밀집지역인 셴톤구역과 상업지역인 오처드로드내 건물들이 거의
지하 아케이드로 연결돼 있다.

앞으로 짓는 건물들도 이같이 연결하자는 것이 싱가포르 정부의 도시기본
계획이다"(오진영 현대건설 동남아사업본부장)는 설명이 싱가포르의 야심찬
도시개발계획을 새삼 실감케한다.

< 글 송진흡 기자 jinh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