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면접’ 받는 민주당 9龍 > 더불어민주당 9명의 대선 예비경선 후보들이 4일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취업준비생의 현장 집중 면접’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이광재,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김두관 후보.  뉴스1
< ‘국민면접’ 받는 민주당 9龍 > 더불어민주당 9명의 대선 예비경선 후보들이 4일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취업준비생의 현장 집중 면접’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이광재,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김두관 후보. 뉴스1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증세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 후보는 복지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부동산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여당 내 지지율 1, 2위 후보인 두 사람이 증세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향후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증세’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조세 감면 줄인 만큼 기본소득 증액”

이 지사는 4일 충북 청주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후보 국민면접에서 기본소득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데이터세, 인공지능로봇세, 토지 보유에 따른 불로소득을 줄이기 위한 국토보유세 등을 조금씩 부과하면서 그 전액을 국민께 지급하는 방식으로 확보해가면 재원 조달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순차적으로 연간 조세 감면을 줄여가면서 줄인 만큼 기본소득 금액을 늘려가야 한다”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경제 성장, 지방 발전, 소득양극화 완화 등에 도움이 된다는 국민적 확신이 생기면 사회적 타협을 통해 탄소세 등을 반드시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핵심 공약인 ‘신복지’와 관련, “땅 부자에 대한 증세는 불가피하다”며 “이를 통해 자산소득 격차 확대를 막고 그 재원으로 무주택자의 집을 지어 싸게 공급하는 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아동수당 만 18세까지 확대, 전 국민 상병수당 도입 등 ‘신복지 구상’을 대선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反)이재명 연대’ 강화

민주당 후보 가운데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 지사에 대한 집중 견제도 이어졌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고, 이로 인한 양극화를 바로잡기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전제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기본소득 공약은 월 4만원 정도 지급을 목표로 하는데, 이는 평균 임금 400만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국가는 일자리를 늘리는 데 모든 제도를 집중해야 하고, 이것이 가장 중요한 분배정책이자 복지”라고 말했다.

이날 면접에서 후보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등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는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조 전 장관 임명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 전 대표는 “조 전 장관 임명에 반대했다”며 “선임 이틀 전에도 대통령과 식사를 함께하며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과 관련, “정규직 전환 정책보다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 고용을 늘리는 ‘뉴딜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민면접은 200명의 시민 면접단을 비롯해 집중 면접관으로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과 정수경 국제법률경영대학원 조교수, 천관율 얼룩소 에디터가 참여했다. 3시간에 걸친 국민면접 종합 우승자는 이 전 대표였고 최 지사, 이 의원 순이었다.

“말 바꾸기” vs “말꼬리”

지난 3일 펼쳐진 예비후보 간 첫 TV 토론회에서도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 후보는 수시로 말을 바꾼다. 1위를 달리는 후보가 신뢰를 줄 수 없는 공약을 내세우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냐”며 포문을 열었다. 이는 이 지사가 2일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은 많은 공약 중 하나로, 가장 중요한 ‘1호 공약’이 아니다”고 말한 것을 지적한 발언이다.

8명 후보의 집중 공격에 이 지사는 수세에 몰렸다. 이 지사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세출 조정 등으로 50조원을 만든다고 한 것은 무협지(같은 이야기)”라고 지적하자 “본인(박 의원)은 못 해도 저는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또 “다주택자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하자던 분이 별장도 생필품이라고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부동산은) 주거용과 투자·투기용을 구분해야 한다”며 “별장이 시골에서 어머니가 사는 집이면 보호하고 투자·투기용 갭투자면 제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재차 “별장이 생필품이라고 한다면 국민 억장이 무너질 것”이라고 압박하자, 이 지사는 “말꼬리를 잡지 말라”고 받아쳤다.

이 지사는 ‘영남 역차별 발언’을 질타한 이 전 대표에게는 “그렇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뜻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토론 다음날인 이날 SNS에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제1과제인 성장 회복, 제2과제인 공정사회 수행을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라며 “8 대 1에 가까운 일방적 토론에서 제대로 답할 시간도, 반론할 기회도 없어 뒤늦게 답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전범진/조미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