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모스크바 비확산회의(MNC)’를 계기로 추진됐던 미·북 간 접촉이 불발됐다.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드러난 양측의 견해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NHK는 10일 러시아 정부 관계자를 인용, “러시아 측에서 미·북 양측이 협의할 수 있도록 조율했으나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철수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과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대북특사는 MNC가 열린 8~9일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각각 만나 비핵화와 한반도 정세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램버트 특사의 별도 회동은 없었다. 조 국장은 회의 개막에 앞서 지난 7일 열린 리셉션에서 이들과 잠시 조우했지만 인사를 나누는 정도에 그쳤다.

일본 교도통신은 미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램버트 특사가 조 국장에게 ‘우리(미국)는 언제 어디서든, 누가 상대로 나오든 간에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실무협의 재개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북 간 재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 조정에 진전이 있을지가 초점”이라고 보도했다.

조 국장은 8일 열린 MNC 한반도 세션에서 “미국이 올해 말까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른바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우리는 미국에 많은 시간을 줬고 연말까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압박했다. 또 “매일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며 “미국 측의 건설적인 신호가 있다면 우리도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대화를 위한 대화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26일 “북한이 인위적인 데드라인(마감시한)을 정해선 안 된다”며 북한의 압박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