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이 같은 특별지시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가 광범위하게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고 기존 국방부 검찰단 수사팀에 의한 수사가 의혹을 해소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고려해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을 사찰했다는 의혹도 수사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특별지시는 인도 국빈 방문 중 이뤄졌다. 청와대 참모진은 현안점검회의를 통해 독립수사단 구성 방안을 현지에 있는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기무사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2016년 10월 1차 촛불집회 당시 시위대가 청와대 점거를 시도할 경우 등을 ‘최악의 국면’으로 규정하고 계엄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사안이 가진 위중함, 심각성, 폭발력 등을 감안해 국방부와 청와대 참모진이 신중하고 면밀하게 들여다봤다”며 “대통령도 순방을 마친 뒤 돌아와 지시하는 건 너무 지체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수사단장 임명 등 독립수사단 구성에 들어갔다. 송 장관은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발표문’을 통해 “독립적인 특별수사단을 운영해 기무사령부와 관련해 최근 제기된 의혹의 명명백백한 진실을 규명하고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엄중하게 의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유족 사찰, 위수령·계엄령 검토 의혹 등에 대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기무사 문건을 둘러싼 여야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 지시도 없는 상태에서 주무부서인 합동참모본부가 아니라 기무사를 통해 군 병력을 동원할 계획을 세웠다면 이는 쿠데타에 다름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은 촛불 집회 또는 태극기 집회에 의한 국가적 혼란과 극도의 치안 불안 사태에 대비해 법률에 따라 군이 취할 수 있는 비상조치 시나리오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문건”이라며 문건 유출 과정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