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서 존재감 커진 '돌격 대장' 김성태
“원대(원내대표) 그 양반, 다시 봤다니까요.” 자유한국당의 원내 사령탑인 김성태 원내대표(사진)에 대한 동료 의원들의 평이다. 김 원내대표는 9일간의 단식으로 ‘드루킹 특검’을 성사시킨 데 이어 최저임금 산입 범위와 관련한 여야 협상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끌어내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대 국회 입성으로 3선에 성공한 김 원내대표는 ‘홍준표 체제’의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돌격 대장’의 이미지가 강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출신이라는 그의 ‘배경’ 탓이 컸다. ‘23년 노동운동’을 경력으로 보수당에 입당한 터라 입지가 좁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김무성계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세를 규합하거나 특정 계파에 속하기보다는 단독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 분”이라고 말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선다’는 점도 김 원내대표를 따라다니는 평가 중 하나다. 2012년 19대 총선 때 김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선거종합상황실을 ‘급습’한 일화는 동료 의원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19대 총선은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가 테러를 당하고도 ‘악수 투혼’으로 전국을 돌며 승리를 이끌어낸 선거다. 김 원내대표는 박 대표가 자신의 선거사무소는 방문하지 않고, 옆 선거구만 방문했다며 선거상황실을 찾아가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뜻을 관철시킨 김 원내대표는 재선에 성공했다.

다소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김 원내대표의 돌격형 이미지는 드루킹 특검을 계기로 장점으로 부각됐다. 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은 “당 대표에게 보고도 않고 단식에 돌입했을 땐 너무 나간 거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김 원대가 총대를 메지 않았다면 특검을 이끌어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전투력’ 부재를 김 원내대표가 그나마 메워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동파’로 알려져 있지만 김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프로필란에 자신의 취미·특기를 ‘분쟁조정’이라고 써 놨다. 실전에서도 김 원내대표는 협상의 기술을 잘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협상 파트너이자 같은 노동계 출신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 등을 포함시키기로 전격 합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내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의 ‘친노조’ 성향이 한국당의 정체성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3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표준운임제)’만 해도 김 원내대표의 입김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운임제에 대해선 같은 당 윤상직 의원 등 경제통 의원들이 ‘국가가 시장 가격 결정에 개입한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