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가운데)이 22일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왼쪽)과 함께 국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오른쪽)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가운데)이 22일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왼쪽)과 함께 국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오른쪽)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22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는 현행 사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강한 의지가 담겼다.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분산하고 절차적 통제를 강화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항소심을 전후해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은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무기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인사권 제한

대통령 개헌안에 따르면 대법관 임명은 대법관추천위원회 추천을 거치도록 했다. 대법원장이 행사하고 있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 중앙선거관리위원 3명의 선출권을 대법관회의로 이관하는 등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제한했다.

현재 10년으로 규정된 일반 법관 임기제는 폐지했다. 법관의 신분 보장을 강화하고 재판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다만 임기 보장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법관을 해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헌법재판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호선으로 선출하기로 했다. 지금은 대통령이 헌재소장을 임명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헌법재판관(임기 6년)의 남은 임기가 곧 헌재소장으로서의 임기가 된다. 헌법재판관 자격 규정에 ‘법관 자격’을 삭제해 법관이 아닌 사람도 헌법재판관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이에 따라 외교관이나 법학 교수 등도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다. 조 수석은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이 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으로만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헌재가 정치적 성격이 강한 사법기관이기 때문에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의 입장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헌재에 대한 대통령 권한 그대로”

일각에서는 대통령 개헌안에 포함된 사법제도 개선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법원조직법도 대법관은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상하관계가 강한 탓에 무늬만 추천이 이뤄지고 있다. 대법관추천위원회에 대한 대법원장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인 추천이 이뤄지겠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사법부의 장에게 헌법기관 구성권을 부여하는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대법원처럼) 정치와 무관한 헌법기관의 구성권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동시에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헌재에 대한 대통령 권한이 충분히 분산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헌법재판관 9명 중에서 헌재소장을 선출하기로 바꿨지만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지명권(3명)은 그대로다. 대표성이 약한 헌재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만든 법률에 대해 위헌 심판 권한을 가진 구조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지명 몫인 3명까지 포함하면 여당을 장악한 대통령의 헌재 영향력은 지금과 차이가 없다”며 “실질적인 권한은 안 내려 놓고 언저리에 있는 것만 바꿨는데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조미현/서정환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