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이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한국 외교장관의 베이징 방문은 2019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조 장관은 이날 “협력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가자”고 했고, 왕 장관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대를 확대하자”고 화답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만나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난관이 있더라도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면서 협력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장관의 베이징 방문은 2019년 8월 강경화 당시 장관 이후 4년9개월 만이다.조 장관은 이날 베이징 시내 국빈관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왕 장관과의 회담 첫머리 발언에서 “지난 몇 년간 악화된 양 국민의 상호 인식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역지사지 자세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대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왕 장관도 “(서로) 자주 오가는 것은 쌍방의 이해를 증진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5시1분 시작된 회담은 만찬을 겸해 약 4시간 동안 진행됐다.양국 외교 수장이 만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경색됐던 한·중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조 장관은 회담에서 “이번 방문이 ‘방문을 위한 방문’에 그치지 않고 양국 간 얽혀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서 한·중 관계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1400자 분량의 첫머리 발언에서 ‘협력’이라는 단어를 일곱 차례나 사용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이에 왕 장관도 “한·중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뚜렷하게 늘어나는 건 우리 쌍방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중국이 원하는 것도 아니다”며 “한국과 중국이 함께 양국 수교의 초심을 견지하고 간섭을 배제하며 서로를 향하길 바란다”고 했다.이 자리에서 두 장관은 오는 26~27일로 예정된 한·일·중 정상회의의 구체적 일정과 의제 등에 관해 협의했다.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나 북·러 군사협력, 한·미·일 동맹 같은 민감한 의제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왕 장관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방중 기간에 조 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시 주석의 방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이후 10년 동안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조 장관은 왕 장관과의 회담 전 베이징 한 음식점에서 재중 한국 기업 경영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적극적인 ‘경제외교’도 약속했다.베이징=이지훈 특파원/김종우 기자 lizi@hankyung.com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오는 13~1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고 외교부가 10일 발표했다. 한국 외교부 장관의 방중은 2017년 11월 강경화 전 장관 이후 약 6년6개월 만이다.조 장관은 방중 기간 왕이 외교부 장관과 만날 계획이다. 외교부 측은 “한·중 관계, 한·일·중 정상회의, 한반도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열고 한·중 경제 교류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이번 방중은 26~27일 서울에서 개최될 한·일·중 정상회의의 준비 성격도 있다. 방중 기간 중국 측과 정상회의의 구체적인 일정 및 의제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한·중 외교장관의 대면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번 만남을 통해 한·중 관계 개선에 물꼬가 트일지도 관심사다. 외교가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공조에 초점을 맞추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얼어붙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다만 지난달 북·중 접경지인 중국 랴오닝성의 하오펑 당서기가 방한해 조 장관을 만나는 등 양국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한편 조 장관은 방중 기간 중국 지역 총영사를 소집해 회의를 열어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공유하는 한편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외교 활동에 임해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다.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미국과 중국 간 인공지능(AI) 공식 회담을 조만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 장관 등을 만나 AI를 비롯한 대만 및 러시아 북한 문제, 펜타닐 대응, 미·중 군사 관계 안보 현안 등을 논의했다.AFP통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AI와 관련된 첫 미·중 회담을 향후 몇 주 내에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며 “첨단 AI를 둘러싼 위험과 안전 우려 및 이를 다룰 최선의 방법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공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블링컨 장관은 아울러 중국 측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對)러시아 지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북한의 도발 중단을 압박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중국산 저가 태양광 패널·전기차·배터리 등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블링컨 장관은 “중국은 이들 제품 세계 수요의 100% 이상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경쟁을 해치고, 전 세계 가계와 사업자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블링컨 장관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왕 장관과 양자 회담을 한 데 이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만났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작년 6월 이후 10개월 만이다.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블링컨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중 사이에 풀어야 할 이슈가 많다”며 “미국과 중국은 적이 아니라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자신감이 있고 개방적이며 번영하는 미국을 보는 것이 기쁘다”면서 “미국도 중국의 발전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이날 면담 사진을 보면 시 주석을 기준으로 오른쪽 테이블에는 블링컨 장관 일행, 맞은편에는 왕 장관 등 중국 측 인사들이 앉아있다. 시 주석이 상석에서 마치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구도로 회동한 것이다.아울러 왕 장관은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에서 “미중 갈등 국면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면 모두가 패자가 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미·중 관계를 잘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양국 정상이 협력하기로 합의한 이슈에 대해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문은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적 도발을 예방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의 취임이 다음달 20일로 다가온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국의 국지적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베이징=이지훈 특파원/신정은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