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 재보선 참패의 여파로 민주당이 지도력 공백과 함께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 일정에 대한 언급이 도마 위에 오르고,당정쇄신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제2의 정풍파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내 일부 대선 주자들은 벌써부터 'DJ와의 차별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깊어가는 당내 갈등=당정 개편 등을 놓고 개혁 소장파와 동교동계,그리고 대선 주자들 간에 복잡한 갈등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김근태 정동영 최고위원 등 개혁그룹인 '열린정치포럼' 소속 의원 13명은 29일 현 국면을 '비상사태'로 규정,당·정·청의 즉각적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선(先) 당정개편,후(後) 전대시기 논의'로 입장을 정리,조기전대론을 주장한 지도부 및 동교동계와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김근태 최고위원은 "후보 조기가시화론은 재보선 결과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예산안 심의와 직접 관련된 장관을 제외한 경제팀에도 즉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동교동계 핵심인사의 2선 후퇴도 주장했다. 이어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도 김중권 최고위원과 송훈석 수석부총무는 "후보 조기가시화는 당만의 관심사다. 당정 쇄신은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된다"며 개혁파의 주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인제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개편한 지 2개월도 안됐는데 손댈 타이밍이 아니며 대통령이 판단할 일"이라며 조기 당정 개편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김영배 상임고문과 이상수 총무 등은 "지방선거전에 대선후보를 뽑아 그 후보를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후보 조기가시화론을 펴는 등 반론을 폈다. ◇DJ와의 차별화 움직임도=이인제 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태종과 세종의 치세는 다르다"며 "김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순리"라며 차별화 행보를 예고했다. 한화갑 위원도 최근 동교동계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리틀 DJ이미지' 탈피에 나섰다. 또 대규모 의원 모임을 주도하는 등 독자 이미지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동교동계 해체 주장을 통해 이미 차별화 행보에 돌입한 김근태 위원은 이날도 정치 일정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을 요구하며 거듭 각을 세우고 있다. 이재창·윤기동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