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이 끝나면서 정치권에 정계개편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여야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 지금 세불리기 경쟁을 통한 안정의석 확보가 불가피해서이다.

게다가 3년후 있을 대통령 선거를 겨냥, 대권 경쟁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어 정계개편의 속도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각종 개혁작업을 추진하려는 집권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절대적 1당"이란 위상 확보가 가장 절실한 상황이다.

총선후 기업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한 2차 경제개혁, "인권국가"의 모습을 갖추긴 위한 국가보안법 인권법 등 개혁법안 처리 등 김대중 대통령 집권 중반기중 추진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오는 6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추진이란 중차대한 과제도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의회를 끌어 갈수있는 안정의석의 확보는 필수조건인 것이다.

총선운동 기간중 "안정속의 개혁"이란 구호를 내걸고 지지를 호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다른 야당과의 공조를 통해 각종 개혁작업을 추진해 나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자민련과의 공조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톡톡히 경험했던 민주당으로서는 또다시 연합정권에 의존하는 방식에는 회의감이 강하다.

게다가 김종필 명예총재 등 자민련 수뇌부가 "총선후에도 민주당과의 공조는 없다"고 수차에 걸쳐 공언, 국정운영을 위한 마땅한 파트너를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속에서도 민주당 수뇌부는 정계개편의 결과에 상당한 낙관론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기대 이상의 의석을 얻었고 충청권에 교두보를 마련하는 등 지역정당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점에서 세불리기에 상당한 당위성을 얻었다는 얘기다.

무리하게 타당 의원들을 빼오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정계개편이 추진 될 것인란 분석이다.

총선후 야권의 헤쳐모여식 정계개편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세가 크게 약화됐고 민국당도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에 대한 당내 비주류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자칫 분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때문에 절대 다수당의 위치에서 밀려난 한나라당은 강한 "제1 야당"의 모습을 갖추지 않고서는 다당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정국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위기감을 안고있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창출에 성공하려면 당당한 제1 야당의 모습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자민련은 물론 민주국민당이나 친야 무소속을 끌어들이는데 총력전을 펼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자민련도 그 세가 확연히 줄어들어 과거와 같은 정국조정자(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는 역부족이다.

충청권 텃밭이 다소 흔들린 지금 "3김청산" 바람과 맞물려 당 오너격인 김종필 명예총재의 영향력도 예전보다 못할게 뻔하다.

자민련 일부 당선자들이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으로 옮겨갈 경우 제3당의 위상을 지키기 조차도 어렵게 된다.

"선택적 공조"란 원칙을 앞세워 나름대로 중재자 역할은 하겠으나 그 영향력은 총선 전에 비해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결국 16대 총선과 함께 정치권은 대권 경쟁과 맞물려 어떤 식이든 정계개편을 통한 대대적인 지각변동에 휘말릴수 밖에 없는 형국에 빠져들었다.

이와관련, 민주당 한 관계자는 "세확대를 위한 정계개편 작업은 과거와는 달리 전광석화처럼 추진될 것"이라고 말해 총선 직후부터 여야간 세불리기 경쟁이 상당히 거세질 것임을 시사했다.

때문에 정계개편의 폭에 따라 다당제 체제가 양당 체제, 또는 "거여 소야" 구도로 갈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벌써부터 흘러 나오고있다.

한나라당이 민국당 및 자민련과 손을 잡을 경우 거대 야당이 탄생할 수도 있으나 그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내각제추진이란 변수가 또다시 부각되면 정치권이 양분되는 양상도 예측할 수 있으나 이의 실현성도 생각하기 어렵다.

정태웅 기자 redael@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