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시장 매출 선두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발 위기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0조원(최대)의 손실을 내며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한 비구이위안은 지난 16일 “채권 상환 불확실성이 크다”고 상하이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는 금융권으로도 급속 확산 중이다. 국유 부동산업체 위안양이 디폴트에 빠졌고, 관리자산이 1조위안(약 182조원)인 금융그룹 중즈(中植)도 유동성 위기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정부가 111조원 규모의 막대한 유동성을 풀며 수습에 나섰지만 위안화는 16년 만에 최저로 추락했다. 위기는 한국 일본 홍콩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중국 의존도가 심한 한국의 충격파가 특히 크다. 어제 원·달러 환율은 장중 연고점(1343원)을 돌파했다. 원화 가치는 한 달 새 80원 가까이 급락했고, 이는 외국인의 한국 주식 대량 매도로 이어졌다.

글로벌 경제에도 먹구름이 짙어졌다. 러시아 루블화는 무역적자와 과도한 전쟁비용 지출 여파로 달러당 100루블이 무너졌다. 러시아는 기준금리를 연 8.5%에서 12.0%로 급인상했지만 약발이 없자 ‘달러 강제 매각’ 카드까지 만지작거린다. 선진 경제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경제의 난기류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유럽 기업들이 가장 큰 위험에 빠졌다”(CNBC)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나은 미국 경제에도 경고 사이렌이 울렸다. 피치는 1·2위 은행인 JP모간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70여 개 은행의 등급 하향을 경고했다.

최근 상황은 ‘중국 경제가 올해 세계 성장의 35%를 담당할 것’(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이라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의 고성장 시대는 끝났다’는 비관론이 잇따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은 시한폭탄”이라고까지 진단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낙관론으로 기운 모습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어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는 ‘과감한 규제 혁파와 수출 지원 확대’를 강조하며 끝났다. 맞는 방향이지만 한가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자칫 0%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좀 더 과감한 선제 대응이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