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중국에 대한 생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멕시코 공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국 이전)이 가속화되는 이유는 뭘까. 근접한 지리적 이점,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의 효율성,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과 공급망 탄력성, 포괄적 무역협정 체결 등을 꼽을 수 있다. 스페인, 캐나다, 일본, 독일에서의 투자까지 몰려들어 멕시코는 요즘 외국인직접투자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멕시코는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1위 수입국으로 당당히 발돋움했다.

[비즈니스 인사이트] 인도와 멕시코는 중국을 대체할 수 없다
미국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 하락하고 있다. 올해 1~5월에 19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중국 경제의 침체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일용할 생활품목과 전자제품을 비롯해 광범위한 부문에서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이 줄어들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탓에 중국이 미국으로 반도체를 수출하는 금액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중국이 세계 2위의 지위(G2)를 차지한 2009년을 돌이켜보면 국가 간 무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그해 공교롭게도 캐나다를 제치고 중국은 미국의 1위 수입국으로 발돋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비용이라는 몸살로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 제조업 틈바구니를 중국이 밀고 들어간 것이다. 중국은 저가 상품으로 세계 공급망 질서를 재편했고 국제무역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니어쇼어링과 무역 덕분에 멕시코 페소화가 강세가 되는 ‘슈퍼 페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화 환율은 2015년 이후 약 18년 만에 최저다. 페소화 가치 하방 압력을 예상하는 시장 평가는 현재로서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아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우방 국가로 공급망을 옮기는 ‘프렌드쇼어링’의 대상으로 인도가 부상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구 1위 대국이라는 자리를 중국으로부터 빼앗은 인도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는 지난 10년간 제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했다. 2025년까지 제조업 비중을 현재 15%에서 25%로 높인다는 목표다. 인도의 제조업 비중은 중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인도의 제조업 육성에 미국의 손길이 닿고 있다. 두 나라는 올초 인공지능, 반도체, 5G 같은 첨단부문에서의 협력을 담은 ‘핵심 및 신흥 기술 이니셔티브(iCET)’를 발표했다. 올해 1분기 미국이 인도에서 수입한 반도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배 이상 늘어났다. 애플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은 인도로 달려가고 있다.

중국의 위상이 예전 같지 못한 게 사실이다. 수출 감소와 자본 유출로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일 중국 인민은행과 외환당국이 해외 자금 조달 제도를 완화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OECD는 여전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가 올해와 내년에 걸쳐 경제성장률 전망의 최상위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과의 무역 감소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소비자는 물론 기업들의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세계 경제 성장 평균 기여도는 30%를 넘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 고위 정부 인사의 잇따른 방문은 미국이 중국에서 완전히 발을 빼기보다 위험을 줄이려는 공급망 다변화 과정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중국에 뿌리내린 기반 시설을 한번에 옮기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멕시코나 인도가 중국의 위상을 대체할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미국 산업은 중국 원자재 없이 생산하는 게 여전히 어렵다. 멕시코 내 부패한 사법 제도, 범죄, 불안정한 시장, 항구 등 인프라 부족,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 급격한 규제 변화도 단기간에 개선할 수 없는 문제다.

미국의 니어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우리 기업은 달라진 중국 소비시장과 산업구조에 맞게 수출 제품을 리브랜딩해야 한다. 중국 도시인구와 고령인구가 주력 소비층으로 등장하고 있다. 기본 욕구를 충족하는 소비에서 더 나은 삶과 자아 만족을 위한 소비로 질적 변화도 생겼다. 물론,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 따라 중국 외의 수출 기지를 강화하고 국제 공급망 재편에도 질서 있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 두 가지가 당면한 우리 기업의 최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