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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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
성공한 경영자들에게 “가장 도움이 된 게 무엇이냐?”고 물어본 연구가 있다. 70%는 직장생활 중에 얻은 경험을, 20%는 상사나 선배들의 가르침을, 10%는 공식 교육 덕분이라고 답했다. 공식 교육의 기여도가 겨우 10%다. 교육과정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하나? 그런데 이 문제는 500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난제다. 인사쟁이들은 아직도 이 연구 결과를 우려먹고 있지만 연구타당성에 문제가 있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1988년)의 연구라는 한계가 분명하다.
물려받은 ‘유산’ 없이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 연구, 안 맞다. 먼저 일론 머스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학창 시절 학교 도서관의 책을 모조리 읽어버려 더 이상 읽을 게 없자 백과사전을 펴고 A부터 읽었다. 책에 빠지면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청력에 문제가 있는지 걱정했다고 한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첫 사업부터 책 장사다. 창업 초기엔 매주 임원들에게 책을 선정해주고 토요일에 독서토론회를 열었다고 한다. 유별난 창업자와의 토론회, 고문 아니었을까? 그것도 토요일에! 빌 게이츠도 학교 도서관 책을 다 읽어버렸다고 한다. 거기다 2주간 오두막에 틀어박혀 밥 주는 사람 출입만 허용하고 독서만 하는 ‘생각 주간’을 40년 이상 지키고 있다.
워런 버핏은 더하다. “성공하려면 독서량을 보통 사람의 5배로 올려라. 하루에 500쪽을 읽으면 그게 일을 대신해 줄 것”이라고 단언했고, 자신은 여가의 80%를 독서로 보낸다고 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학창 시절 취미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리스와 라틴어 고전을 원서로 읽고 토론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로 치면 사서삼경을 한문으로 읽고 토론하는 게 고교 시절 취미라는 말이다. 딱 재수 없는 전교 1등 같다. 최근엔 문화와 역사, 기술 관련 책을 한 주에 두 권 이상 읽고 미디어 사용은 줄이고 있다고 했다. 우리를 SNS라는 끈적한 늪에 빠뜨려놓고 자기는 독서하며 미디어를 줄인다? 근린바보화 전략인가?
화가 더 나는 건 스티브 잡스다. 아이패드를 출시할 때 “당신의 아이들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우리 아이들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하지 않습니다. 나와 식탁에서 책을 읽고 역사에 대해 토론하는 걸 좋아하지요”라고 했다. 기가 찼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기묘한 제품에 빠뜨려 책과 멀어지게 한 사람이 할 소리인가 싶었다. 독서광인 그들에겐 70%라는 직장생활 경험이 없었으니 20%라는 상사나 선배도 존재할 수 없다. 게다가 셋은 대학을 중퇴했으니 10%라는 교육과정도 아닌 것 같다. 그 연구, 아무래도 아니다. 돌이켜보니 30년을 모셨던 신격호 회장도 엄청난 독서광이었다. 모두가 물려받은 ‘유산’이 없었던 사람들이다.
혁명기에는 그 전 세상의 경험이나 상사, 선배의 조언은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훌륭한 선조들이 500년간 축적해온 성리학은 훌륭한 유산이지만 일본이 쳐들어오는 국면에선 도움이 안 된다. 혁신이 쏟아지는 지금 같은 혁명기에 학창 시절 배운 것으로, 직장생활의 경험으로 먹고살겠다는 얄팍한 자세도 똑같다. 매일처럼 새로운 걸 배우고 업데이트하는 ‘읽기’가 충분조건은 아니어도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유튜브라는 신박한 대안? ‘학습 속도’에 문제가 있다. 유튜브는 제작자가 속도를 결정하고 우리는 끌려간다. 그래서 비판적 사고가 어려워 생각을 ‘주입’당하고 극단으로 치닫기 일쑤다. 습득 속도가 자율적인 독서는 비판과 부가적 상상의 여지가 충분하다. 유튜브는 부가적 가치 창출이 어렵다. 그러니 책 읽지 않는 게으름을 유튜브로 방어하지 마시라!
돌도끼 들고 멧돼지 쫓아다니며 진화사를 다 보낸 인간에게 엉덩이 딱 붙이고 책에 코 박는 그 자세가 곤혹이란 건 안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책 보는 아버지의 뒷모습”이라는 조언을 받았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그 ‘곤혹스러운 자세’가 바람직한 세계라고 생각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유산이 또 있을까? 뭘 해줘도 부족한 게 부모 마음이지만 뒷모습을 보여주기엔 아이가 다 커버려 아쉬움이 크다. 그런데 이 유산, 나중에 태어날 손주에게도 유효한 걸까?
물려받은 ‘유산’ 없이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 연구, 안 맞다. 먼저 일론 머스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학창 시절 학교 도서관의 책을 모조리 읽어버려 더 이상 읽을 게 없자 백과사전을 펴고 A부터 읽었다. 책에 빠지면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청력에 문제가 있는지 걱정했다고 한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첫 사업부터 책 장사다. 창업 초기엔 매주 임원들에게 책을 선정해주고 토요일에 독서토론회를 열었다고 한다. 유별난 창업자와의 토론회, 고문 아니었을까? 그것도 토요일에! 빌 게이츠도 학교 도서관 책을 다 읽어버렸다고 한다. 거기다 2주간 오두막에 틀어박혀 밥 주는 사람 출입만 허용하고 독서만 하는 ‘생각 주간’을 40년 이상 지키고 있다.
워런 버핏은 더하다. “성공하려면 독서량을 보통 사람의 5배로 올려라. 하루에 500쪽을 읽으면 그게 일을 대신해 줄 것”이라고 단언했고, 자신은 여가의 80%를 독서로 보낸다고 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학창 시절 취미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리스와 라틴어 고전을 원서로 읽고 토론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로 치면 사서삼경을 한문으로 읽고 토론하는 게 고교 시절 취미라는 말이다. 딱 재수 없는 전교 1등 같다. 최근엔 문화와 역사, 기술 관련 책을 한 주에 두 권 이상 읽고 미디어 사용은 줄이고 있다고 했다. 우리를 SNS라는 끈적한 늪에 빠뜨려놓고 자기는 독서하며 미디어를 줄인다? 근린바보화 전략인가?
화가 더 나는 건 스티브 잡스다. 아이패드를 출시할 때 “당신의 아이들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우리 아이들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하지 않습니다. 나와 식탁에서 책을 읽고 역사에 대해 토론하는 걸 좋아하지요”라고 했다. 기가 찼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기묘한 제품에 빠뜨려 책과 멀어지게 한 사람이 할 소리인가 싶었다. 독서광인 그들에겐 70%라는 직장생활 경험이 없었으니 20%라는 상사나 선배도 존재할 수 없다. 게다가 셋은 대학을 중퇴했으니 10%라는 교육과정도 아닌 것 같다. 그 연구, 아무래도 아니다. 돌이켜보니 30년을 모셨던 신격호 회장도 엄청난 독서광이었다. 모두가 물려받은 ‘유산’이 없었던 사람들이다.
혁명기에는 그 전 세상의 경험이나 상사, 선배의 조언은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훌륭한 선조들이 500년간 축적해온 성리학은 훌륭한 유산이지만 일본이 쳐들어오는 국면에선 도움이 안 된다. 혁신이 쏟아지는 지금 같은 혁명기에 학창 시절 배운 것으로, 직장생활의 경험으로 먹고살겠다는 얄팍한 자세도 똑같다. 매일처럼 새로운 걸 배우고 업데이트하는 ‘읽기’가 충분조건은 아니어도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유튜브라는 신박한 대안? ‘학습 속도’에 문제가 있다. 유튜브는 제작자가 속도를 결정하고 우리는 끌려간다. 그래서 비판적 사고가 어려워 생각을 ‘주입’당하고 극단으로 치닫기 일쑤다. 습득 속도가 자율적인 독서는 비판과 부가적 상상의 여지가 충분하다. 유튜브는 부가적 가치 창출이 어렵다. 그러니 책 읽지 않는 게으름을 유튜브로 방어하지 마시라!
돌도끼 들고 멧돼지 쫓아다니며 진화사를 다 보낸 인간에게 엉덩이 딱 붙이고 책에 코 박는 그 자세가 곤혹이란 건 안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책 보는 아버지의 뒷모습”이라는 조언을 받았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그 ‘곤혹스러운 자세’가 바람직한 세계라고 생각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유산이 또 있을까? 뭘 해줘도 부족한 게 부모 마음이지만 뒷모습을 보여주기엔 아이가 다 커버려 아쉬움이 크다. 그런데 이 유산, 나중에 태어날 손주에게도 유효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