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어제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 방향’을 발표했다. 우주항공청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기존 우주 관련 연구개발(R&D) 기관을 흡수하지 않고, 이들 기관의 연구조직을 외부 임무센터로 지정해 R&D 과제를 맡기는 게 골자다. 정부가 올해 4월 국회에 제출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100일 이상 표류하자 기본적인 조직 얼개와 운영 계획을 국민에게 먼저 알려야 했다는 게 과기정통부 설명이다. 정부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연내 우주항공청이 출범해야 한다고 판단, 지난해부터 추진에 속도를 내왔다.

하지만 국회는 특별법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다수당으로 사실상 입법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부한 탓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두 달 만에 열렸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그제와 어제 이틀 연속 회의에 불참했다.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의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와 사실상 연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민주당은 급기야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해 관철했다. 이견 조정이 필요할 때 국회법에 따라 설치하는 안건조정위는 최장 90일간 법안을 심사할 수 있는데, 법안을 처리하려면 위원 6명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위원이 3명인 만큼 특별법 처리 여부는 민주당 의지에 달렸다. 그렇다고 90일까지 끌 일도 아니다.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위해 안건조정위를 꾸렸을 때는 170시간 만에 법안을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

우주항공청 신설은 각 부처에 흩어진 우주 관련 조직을 한데 모아 우주산업을 육성할 컨트롤타워를 신설해야 한다는 필요에 따라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이재명 후보가 모두 공약한 사안이다. 선진 각국은 우주 경제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맹렬히 뛰어도 추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미래 산업을 위한 정책과 입법 문제를 정치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행태를 보였다. 조속히 법안 심사에 나서 다수당으로서 우주항공청 출범에 기여하길 바란다. 공통 공약까지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