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범 시행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회수한 컵이 4개 중 1개꼴에 그칠 정도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음료를 구매할 때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음료값에 컵 보증금 300원을 함께 결제한 뒤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도록 한 제도다.

한 해 수십억 개가 소비되는 일회용 컵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사용 자체를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제주와 세종 두 곳을 대상으로 시범 시행한 결과 보증금 컵 반환율은 26.6%에 그쳤다.

이 같은 정책 실패는 사실 예견된 것이다. 점주와 소비자들이 비용과 불편을 감수하고 협조해야만 성공 가능한 정책이었는데 이들은 정책 시행 이전부터 반발했다. 점주들이 보증금 부과와 반환, 컵 회수 등 업무와 비용을 모두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컵 반납기를 찾아다녀야 했다.

정부는 올해 자판기형 컵 반납기를 공공장소 등에 총 55대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네 대밖에 설치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매장들의 참여도는 매우 낮았다. 컵을 반납하지 않고 컵에 붙어 있는 라벨만 스캔해 보증금을 받아 간 사례도 많았다고 하니 얼마나 허점투성이 정책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시장과 현실을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실패 사례로, 원점으로 돌아가 전면 개편하거나 폐기하는 것이 옳다. 이대로 전국으로 확대하면 더 큰 혼란과 사회적 비용만 초래할 것이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