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도입될 예정인 토큰증권(S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금융계와 산업계가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은행·증권사와 통신회사, 조각투자 업체 간 짝짓기 경쟁도 가열되는 모습이다. 디지털 혁신의 총아로 통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과 맞물려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이란 판단에서다.

토큰증권이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발행하는 디지털화한 증권을 말한다. 부동산·미술품·명품 잡화·지식재산권 등 실제 가치가 있는 자산을 기반으로 발행한다는 점에서 기초자산이 없는 암호화폐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증권에 가깝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토큰증권 시장이 개설되면 시가총액이 첫해 34조원에서 2025년 119조원, 2030년에는 367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 세대 증권과 시장은 자산의 토큰화가 이끌어 갈 것”(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 열풍 때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자산 광풍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토큰증권을 ‘제2의 코인시장’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에서 2020년 역주행 신화를 쓴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노래 가격이 2만원대에서 6개월 만에 130만원까지 치솟는 등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인 것은 불안한 단면이다.

투기가 아니라 건전한 투자 시장으로 정착시키는 게 과제다. 투자와 투기가 한 끗 차이임을 비춰볼 때 제도 시행 전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창의적이면서도 건실한 투자 상품과 함께 투자자 보호가 관건이 될 것이다. 주식·채권 등 기존과는 전혀 다른 유·무형 자산을 쪼개 거래하는 만큼 과도한 가치평가와 허위·과장 정보 등 투기를 부추기는 유혹이 파고들기 십상이다. 실효성 있는 공시 체계 및 평가시스템 구축이 필수인 이유다. 그러면서도 거친 규제가 혁신 신시장의 활력을 꺾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우리보다 앞서 시장을 연 일본의 토큰증권발행(STO)협회와 같은 자율규제 기구를 설립해 사업 참여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제도 효과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