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무 생각 없는 국민"
“민중은 개돼지로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2016년 교육부 고위 관리가 저녁 술자리에서 한 말로 역대급 파문을 일으켰다. 그가 국회에 불려 나와 해명한다고 끌어댄 게 영화 ‘내부자들’에서 배우 백윤식이 한 대사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할 겁니다”를 인용했다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12년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 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 그래서 유명해진 말이 ‘가붕개’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아름다운’ 문장은 SNS에서만이다. 실제 그와 그 가족이 보여준 모습은 ‘우리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용이 될 테니, 당신들은 가붕개로 살아라’였다.

문재인 정부 4대강 위원회 내 한 위원의 발언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우리가 보 설치 이전의 수치를 쓰는 것이 그냥 아무 생각 없는 국민들이 딱 들었을 때 ‘그게 말이 되네’라고 생각할 것 같다.” 금강·영산강의 5개 보 해체를 위해 경제성 분석을 해보니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은 데다 일부는 마이너스(-) 값이 나오자, 실측치 자료가 없어 신뢰할 수 없는 ‘보 설치 전 지표’를 쓰자며 한 말이라고 한다.

‘아무 생각 없는 국민이 말 된다고 느낄 것’이라는 표현에, 누가 들어도 조작과 기망의 의도가 다분하다. 비전문가들이니 적당히 포장하면 속아 넘어갈 것이라는, 국민을 우습게 아는 인식이 깔린 말이다.

국민을 하찮게 여기다 현대사 최대 재앙을 낳은 사람이 마오쩌둥이다. 1950년대 말 대약진 운동에서 4500만 명이 굶어 죽는 과정에서 연일 아사자 보고가 올라오자 “먹을 것이 없으면 끼니를 줄이면 되잖나. 굶어 죽는 건 옛날에도 있었던 일인데, 그게 뭐 큰일이라고 보고까지 하나”라고 했다고 한다. 4대강 보 해체는 홍수 등 국가 치수와 관련된 중대 사안이다. 국민 생명이 걸린 일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간 것이다. 문제의 발언 장본인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