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개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6월 의사록을 보면 가계부채 우려가 또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5월 금통위 의사록에도 가계부채 걱정이 있었다. 꾸준히 오른 미국 금리, 고환율 문제, 고물가 대응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왔으나 좀체 줄어들지 않는 가계부채가 한은도 고민스러운 것이다.

400여 개 민간 은행 모임인 국제금융협회가 그제 내놓은 ‘세계부채 보고서’를 봐도 이런 사정은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02%로 조사 대상 61개국 중 세 번째로 높다. 코로나19로 늘어난 가계부채를 각국 공히 줄여왔다. ‘부채 축소 성과’에서도 한국은 60위였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5, 6월 내리 증가해 678조원(6월 말)에 달했다는 통계도 같은 맥락이다. 세수 부족이 심해져 지난 1분기 정부가 한은에서 빌려 쓴 돈도 31조원에 달했다. 정부·가계·기업 예외 없는 ‘부채공화국’으로 전락할까 겁난다.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새마을금고 사태’에도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 증가한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이 근본 문제다.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이 빚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계속 대응해 나가야 한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등을 상대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토지담보대출에 자제령을 발동한 것은 그런 의지로 평가된다. 다만 이런 조치가 ‘돈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정교한 대응·관리가 요구된다. “연내 시행사 중 상당수가 부도날 것”이라는 흉흉한 전망이 나돌 정도로 부동산업계는 불안하다. 예고된 것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도 6000억원에 그쳤다. 14년 만에 가장 나쁜 실적이다.

하반기에도 우리 경제 곳곳에 암초가 도사린다. 한 달 만에 흑자 전환한 5월 경상수지 등 긍정적 통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살얼음판을 지나는 것 같은 분위기다. 당장 ‘비상대책’을 강구할 상황은 아니지만 국내외 여건을 보면 정부가 좀 더 긴장할 필요가 있다. GDP 증가율을 1.4%로 전망하면서 일부 수출·투자 촉진책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은 것만으로 마음 놓을 상황이 아니다. 툭툭 불거지는 온갖 현안 대응부터 구조개혁을 통한 잠재성장력 확충까지 할 일이 태산이다. 행여 경제부처 수장들까지 내년 총선을 의식하며 정치판이나 기웃거리면 어디서 둑 무너뜨릴 구멍이 생겨날지 모른다.

경제 회복 기반을 다지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 재정준칙 법제화, 비대면 진료 허용,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를 포함한 부동산 규제 완화 등 법제화가 시급한 현안이 쌓여 있다. 갈등과 편 가르기, 혼란과 불안을 부추기는 정치를 지양하고 경제 살리기에 국회도 적극 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