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그제 열린 범정부 ‘서비스산업발전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관심 끄는 대목이 있다. 이병철 삼성, 구인회 LG, 허만정 GS, 조홍제 효성 그룹의 창업주 생가를 관광코스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가의 고향 생가는 이미 인접한 경남 의령군, 진주시, 함안군이 나름대로 관광명소로 개발해왔다. 뒤늦게나마 중앙정부가 나서 프로그램을 더 개발하고 필요한 지원시설도 확충해 외국인 관광객까지 불러들이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관광코스 하나 더 만드는 게 아니다. 이들이 대한민국에 남긴 큰 족적을 제대로 평가하고 방문객이 직접 그들의 정신을 이해하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가정신의 고양이다. TF 회의에서 제시한 ‘스토리 관광’으로 나아가는 데도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가 없을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한국을 넘어서는 현대 경영의 대표적 키워드다. 국가의 번영과 경제 성장, 개인의 꿈과 성취 등 희망·긍정의 정신과 더 나은 미래를 향하는 발전 원동력이다. 슘페터 이래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를 함께 거둔 선진국들이 모두 존중·고무하는 시대적 가치다. 하지만 좌파 정권의 득세를 거치면서 한국처럼 기업가정신이 저평가되고 심지어 왜곡·훼손된 경우도 없다. 책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다시 퇴행의 정치로 끌어낸 장하준류의 학자들이 대표적이다.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근로자의 기여를 인정하자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산업화의 성공 요인을 곡해하고, 과도한 국가 개입 경제를 기리면서 기업가들 업적을 묘하게 폄훼하고 있다. 그들 논리대로라면 구국 성웅 이순신도 휘하 장졸 덕이니 존재하기 어렵고, 2차 대전 승리 영웅 아이젠하워도 의미 없게 된다.

관광코스 차원을 넘어 교과서에 제대로 담아야 한다. 한때 일시적으로 이병철, 정주영, 유일한의 이름이 교과서에 오른 적이 있으나 슬그머니 사라졌다. 기업은 생산하는 곳만으로 기술돼 있고, 그나마 성공 사례도 스티브 잡스의 애플,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등 해외 기업 위주다. 우리 기업, 한국 기업인으로 학교에서 기업가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전태일은 있는데 박태준은 없는 교과서로 어떤 나라가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