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외면 시 소득의 42%를 걷어야 제도가 유지되는 최악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아찔한 분석이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를 통해 인구·경제지표 등을 전망해 향후 70년(2023~2093년)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을 회피한다면 자식 세대의 미래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것이란 강력한 경고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 고갈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지표들이 정부가 ‘최악’으로 상정한 상황보다 훨씬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득 42% 투입’조차 2050년 이후의 합계출산율(평균)을 0.98명으로 전제하고 분석한 결과다. 세계에 유례없는 급락으로 0.78명까지 추락한 출산율이 몇 년 안에 반등을 시작해 최악의 경우에도 0.98명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다른 변수에 대한 추정 역시 희망을 과대 반영한 것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평균 경제성장률도 2023~2030년 1.9%, 2031~2040년 1.3%로 봤지만 더 암울한 전망이 일반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성장률(잠재)이 2033년 0%대로 추락한 뒤 2047년부터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50년에 제로 성장(0.0%)에 빠질 것’이란 분석을 몇 달 전 내놨다. 물가 전망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저물가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지만 재정추계위는 2030년 이후 물가상승률이 평균 2.0%로 안정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대로라면 국민연금은 2055년 고갈된다. 2055년에 65세(연금 수령 개시)가 되는 현재 33세 미만은 보험료를 열심히 내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2013년 추계 당시 2060년이던 고갈 시점이 10년 만에 2055년으로 당겨진 점을 감안하면 10년 뒤 추계 때는 2050년으로 더 당겨지지 말란 법이 없다. 이쯤 되면 ‘미래 세대에 대한 약탈’이라는 비판이 한가할 정도다. 버는 돈의 42%를 갈아 넣어야 하는 일이 현실이 된다면 국회 등 가담자들은 거대한 사기극의 주연이라는 역사의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