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어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금융시장 불안으로 금리 동결 전망도 나왔으나 아직 목표치(2%)의 세 배에 달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월 6.0%)이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되는 부분은 18명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중 절반 이상(10명)이 연내 기준금리 상단을 연 5.25%로 예상했다는 점이다.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고, 계절 변동폭이 큰 에너지와 식품, 정확한 시장 통계 반영이 늦은 주거 비용 등을 제외한 ‘초근원 물가지수(super core CPI)’가 여전히 오름세여서 당장 금리를 올리긴 하지만, 연내 한 차례 정도 더 올리는 선에서 인상 랠리를 마무리하겠다는 예고나 다름없다. 여기에는 SVB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과 가시화하는 경기 침체, 다음 위기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8조달러(약 1경원) 규모의 주택저당채권(MBS) 시장 불안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걱정되는 게 한국이다. 한국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도 마이너스 성장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물가보다 경기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도 지난달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금리 격차가 1.5%포인트로 벌어졌다. 미국이 추가 인상에 나서면 한은 역시 ‘추격 인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우려되는 게 금융시장 불안이다. 유례없는 가계·정부 부채 급증 속도에 경보음이 울린 지 오래다. 어제는 가계부채 고위험 가구수가 2년 새 2배로 늘었다는 한은 보고서가 나왔다. 116조원에 달하는 제2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여전히 ‘시한폭탄’처럼 돌아가고 있다. 금융불안지수(FSI)가 5개월 연속 ‘위기 수준’인 게 이상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이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돌발변수까지 겹칠 경우 한국 경제에 어떤 재앙적 결과를 몰고 올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 어느 때보다 기민한 금융불안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 금융과 실물 분야에서 예상 가능한 위험 요인들을 면밀히 체크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미리 짜놓아야 한다. 눈에 뻔히 보이는 위기 징후(회색 코뿔소)를 놓쳐 대재앙을 초래하는 과오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