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 급등세가 심상찮다. 이달 초 달러당 12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어제 장중 1300원을 돌파했다. 1300원대 환율은 작년 12월 20일 이후 두 달 만이다. 연초 달러당 1100원대를 점치던 목소리는 어느새 쑥 들어갔다. 한동안 잦아든 ‘킹달러’ 공포가 다시 스멀스멀 고개를 쳐드는 모양새다. 외환·통화·물가 등 경제정책 전반의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환율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경제 호조다. 미국은 고용과 소매판매 등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며 ‘노 랜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 둔화)을 점친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자 미국 중앙은행 내부에서는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회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이달 초 101.0에서 어제 104.4까지 치솟았다. 강달러 귀환은 글로벌 외환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올 들어 이집트 파키스탄 레바논 등이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포기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벌써부터 그 다음 차례는 우크라이나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등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이런 강달러 영향권에 있다고 보는 게 옳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환율 급등은 가뜩이나 목까지 찬 에너지와 식품 등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부채 폭탄에 허덕이는 가계와 정부, 한계기업 모두 큰 부담이다. 수출기업에도 좋을 게 없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공급망 재편 와중에 과거 같은 고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뿐 아니라 오히려 미래를 위한 해외투자엔 짐만 된다.

수출 회복, 중국 리오프닝 효과 등을 기대하며 ‘상저하고’ 낙관론을 펼 때가 아니다. 인위적 시장 개입은 지양해야겠지만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환율 안정에 노력해야 한다. 외환시장에서의 과도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수출기업 경쟁력 지원 강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에 집중해야 한다. 경제계가 아무리 아우성쳐도 끄덕하지 않는 국회도 대오각성의 자세로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각종 입법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