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상하이GM 총괄부사장)이 협력업체 근로자 1700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대로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되면 한국GM은 생산직 직원(6600명)의 약 26%에 달하는 인원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카젬 전 사장만큼 한국에서 많은 시련을 겪은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도 드물 것이다. 회사가 부도 위기까지 몰렸지만, 극심한 노사 갈등이 이어졌다. 2018년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원이 번갈아 가며 인천 부평공장 사장실에 난입해 집기를 부수고 점거했다. 카젬 전 사장은 불법 파견 혐의로 세 차례나 출국금지당했다. 그가 통상 2~3년인 임기를 훌쩍 넘겨 5년이나 재임한 이유는 미국 GM(제너럴모터스) 본사 임원들이 한국 부임을 꺼린 탓일 것이다.

카젬 전 사장을 범법자로 만든 것은 1998년 제정된 파견법 규제다. 사내 협력사 직원에게 2년 넘게 일을 시키거나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 공정에 투입하면 불법 파견으로 보고 원청업체에 직고용 의무를 부과한다. 사내 하도급과 파견은 원청이 지휘·명령을 했는지에 따라 갈리지만, 구분이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 영국 캐나다 등 14개국은 파견 업무와 사용 기간에 제한이 없다.

사내 하도급을 불법으로 몰아가면 대규모 직고용이 불가피해져 청년 취업난이 악화한다. 현대자동차·기아는 불법 파견 재판에서 잇따라 패소해 1만1000여 명을 채용했다. 막대한 인건비 부담에 생산직 신규 채용도 막혔다. 작년 7월 대법원 판결로 포스코도 약 2만 명을 직고용해야 할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그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파견과 도급 기준을 명확히 하고, 파견 허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국이 제조업 강국이 된 것은 업황에 따라 유연하게 인력을 조절할 수 있는 하도급 제도가 큰 몫을 했다. 파견법 개정은 늦었지만, 속도를 내야 할 노동개혁 과제 중 하나다. 외국인 CEO의 무덤이 된 한국에 누가 투자하겠나.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유치는 꿈도 못 꿀 일이다.